기후나 환경과 붙을까 아니면 홀로 설까?
▲워싱턴D.C에 소재한 美 에너지부 모습 (DEPARTMENT OF ENERGY) |
‘조기 대선’이 거론되면서 에너지부 독립론이 탄력을 받아 현실로 옮겨질 가능성이 짙다. 환경부는 기후변화 대응 등 시대적 화두 때문에 ‘환경기후부’ 신설을 물밑에서 로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차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도 ‘기후에너지부’ 신설 제언이 공식 거론됐고, 각 정당은 이를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감안할 때 에너지-자원 관련 업무는 차기정부에서 독립 부처 형식을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2일 환경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 관계자가 시민단체 등을 돌며 차기 정부에서 ‘환경에너지부’로 바뀌도록 도와달라고 인사를 하고 다니고 있다. 실제로 모 시민단체 관계자는 "환경부가 환경에너지부 발족을 거론하며 접촉해 왔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에너지 업무를 관장하는 산업부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만약 환경부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사리분별력이 없는 것"이라며 "어찌 됐든 현 정권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고유의 업무를 완수해 국정에 힘을 보태야지 벌써부터 차기정부를 겨냥해 로비를 벌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그런 사실을 들은 적도 없고 그럴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에너지부는 환경부의 오랜 꿈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과거 개발시대에는 에너지정책이 안정적인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환경부가 끼어들 틈이 적었다. 하지만 파리협약 발효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온실가스 감축에 발전(전환) 부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에너지 규제로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논리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영숙 전 장관 시절 ‘환경에너지부’에 대한 논의가 부처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오간 적이 있다고 업계에는 알려졌다. 그러다가 MB-박근혜 정권 들어 약해진 위상과 함께 논의가 잦아들었다가 새 정부 탄생을 앞두고 논의가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업계 전문가는 "에너지안보가 강조되던 과거에는 환경부가 능력이 없어 환경에너지부 발족을 두려워했으나 기후변화 대응 이슈가 시대 흐름으로 떠오르자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너지부 신설 논의는 국회 차원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책연구모임 연속 토론회에서 조직개편 논의와 함께 환경에너지부와 유사한 ‘기후에너지부’ 개념이 등장했다.
당시 발제를 맡은 권성훈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거론했다. 산업부에서 에너지와 자원 부문을 떼고 환경부에서 기후변화 대응 부문을 떼서 기후에너지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체제에선 에너지 이슈가 중요도에 비해 힘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산업 관련 부서는 미래부와 교육부, 중기청에서 관련 업무를 떼내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지원통합 부처로 만들자고 권성훈 입법조사관은 제언한 바 있다. 이런 제언은 각 정당에서 면밀히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조직개편에 주무 부서인 행자부 역시 과거 연구 수준에서 ‘에너지부’ 신설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행자부가 고려한 ‘에너지부’ 개념은 환경이나 기후변화 대응과 무관하게 산업부에서 에너지 부문만 떼어내 독립시킨 개념이다. 업계 전문가는 "에너지부가 신설되면 원자력 이외에 과 수준인 가스, 석유, 신재생을 국 수준으로 승격시켜야 한다"며 "에너지부가 신설되면 정책과-보급과를 두게 되는 신재생 부문이 특히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