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기후변화 대응 '국민과 함께'가 답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3.06 19:47
[EE칼럼] 기후변화 대응 '국민과 함께'가 답이다

좌담회1

▲전의찬 세종대학교 교수


2016년 11월4일 역사적인 ‘파리협정’이 발효됐다. 55개국 이상 비준, 비준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총 배출량의 55% 이상이란 조건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다만 파리협정 채택 후 기후변화 완화나 적응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거의 없어, 앞으로 갈 ‘길’이 천리다. 사실 기후변화는 시민이 직접 피해를 체감하기 어려워, 초기 정책은 정부 주도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책 결정자의 관심과 의지, 그리고 정치상황이 대단히 중요하다.

헌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지금 이른바 ‘최순실게이트’로 패닉 상태다. 국가 운명이 풍전등화이며, 대통령 탄핵 사태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과연 정책 결정자들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며,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을 기업과 시민에게 제대로 설득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게다가 작년 11월9일 트럼프가 미국대통령으로 깜짝 당선됐다. 트럼프가 누구인가? 그는 선거유세 도중 "기후변화는 날조된 것"이라며 "당선되면 파리협정을 취소하겠다"고 공언했다. 파리협정이 미국과 중국이 적극 나서면서 채택됐고, 파리협정 발효과정도 미국이 주도했던 것을 생각하면 기후변화 협정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일을 생각하면,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선 보통 실망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수천 조(兆)의 별 중에서 생명체가 사는 유일한 행성인 ‘지구’를 생각한다면, 기후변화 대응을 여기에서 포기하면 안된다. 현재 살고 있는 ‘우리’뿐 아니라 우리의 후손을 생각한다면 더욱 정신을 가다듬을 때다. 게다가, IPCC 5차 보고서를 통해서 기후변화가 점점 더 심해질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 협상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 질서를 책임지는 최강국의 지도자로서, 선거 유세 시 공약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위기가 곧 기회’이기도 하다. 이제는 시민에게 기후변화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리자. 기후변화가 ‘눈앞에 닥친 위험’이며 눈덩이처럼 점점 커지는 위협이라는 것을 알리도록 하자. 그래서 기후변화에 우리 시민이 스스로 동참할 수 있게 하자. 그렇게 하려면 기후변화에 관한 교육이 초·중·고등학교 교육에 포함되어야 한다. 기업에도 기후변화 대응이 꼭 부담만은 아니고,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하도록 하자.

어느 시민도 우리 기업들이 잘못되고,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수립하고 기업을 설득토록 하자.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최근 기업들이 적극 추진하는 사회공헌활동(CSR)의 하나로, 시민의 에너지 절약, 친환경생활 등을 기업이 후원할 수 있도록 시민배출권과 같은 제도를 활성화하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닌가.

이제는 정부도 홀로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 그것이 기후변화정책이든 원자력정책이든 최대한 공개하고, 전문가와 함께 최선의 안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여러 차례 토론회를 거쳐서, 홈페이지 접수 등 다양한 경로로 시민의 의견을 수렴토록 하자. 그러면 시민이 그 정책의 주인이 된다. 시민이 기후변화 정책의 주인이 되면,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은 당연히 동참할 것이고, 정부의 정책은 분명히 성공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빈말에 그치지 않고, 절대량이 줄어드는 날이 올 것이다.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원전 및 기후변화정책과 관련하여 9만8000여명의 시민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신기후체제’ 출범을 앞두고, 국내외 상황이 기후변화 대응에 유리한 상황은 아니지만, 국민과 함께 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기후변화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기후변화 대응을 중시하는 새 대통령이 꼭 뽑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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