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프로슈머 입법화 9개월째 ‘표류’

[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 정부가 작년 6월28일 내놓은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9개월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소규모전기공급사업, 소규모전력중개사업 등 이른바 에너지프로슈머 탄생이 핵심 내용을 이룬다. 관련 사업을 준비해온 업체는 아예 사업계획을 접거나 하세월 개정안 통과를 기다리며 깊은 한숨만 내쉬는 실정이다.

소규모전기공급사업은 남는 전력을 다른 전기판매사업자와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소규모전력중개사업은 소규모 전력자원을 모집, 관리할 수 있도록 소규모 전력중개시장 개설이 골자다.

개정안은 당초 전력시장 자유화를 앞당기는 법안으로 호평 받았다. 다양한 형태의 전력판매사업자가 등장해 전기를 보다 싸게 사고팔며 다양한 사업자의 등장과 지능형검침(AMI),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관련 기기 시장의 확대가 기대됐다.

그런데 예상 밖에 걸림돌이 등장했다. 이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법안을 제출한지 닷새만에 "개정안이 한전의 경영난을 초래하고 전기요금 인상으로 국민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며 전력 소매판매사업자를 한전으로 한정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산업부 의지만 믿고 사업을 준비했던 민간기업들의 입장은 난감해졌다. 사업에 차질만 빚은 것이 아니라 국내 전력시장에 대한 회의감에까지 젖어 들고 있다.

전력중개사업을 준비했던 문고영 포스코 상무는 "어차피 국내 시장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 운행이력을 쌓아 해외에 진출할 전략인데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문 상무는 전력중개사업은 뒤로 미루고 현재 다른 사업을 준비 중이다.

신성솔라에너지는 태양광-ESS 마이크로그리드가 설치된 신성ENG의 용인신공장을 개장하며 주변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업형 에너지프로슈머가 되겠다고 천명했지만 개정안 지연과 함께 꿈도 수익 창출도 미뤄졌다.

이와 관련 이훈 의원실 관계자는 "소규모 전기판매사업자는 보상이 적어 결국 중대형 사업자가 시장의 주력이 되고, 이는 전력시장 자유화로 이어져 소비자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20대 국회에서 소관위에 접수된 전력시장 자유화 관련 법률은 정부안 등 총 6건이다. 장병완, 김수민, 이원욱, 김규환, 홍익표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수민- 이원욱 의원은 분산형전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발의했고, 홍익표-김규환 의원은 시장형 공기업이 신재생을 포함한 두가지 전력사업을 겸업할 수 있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중 통과된 것은 장병완 의원이 유일하다. 장 의원은 전력 기저 발전에 있어 환경과 국민안전을 고려한 조항을 마련했다. 이 조항은 석탄화력과 원전이 전기를 싸게 공급한다는 이유로 각광받는 시대가 지났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