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세계인구 4분의 3, 온난화에 목숨 잃을 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6.23 09:58

▲(사진=이미지 투데이)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기후변화로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에 사는 인류가 서서히 가열되는 ‘가마솥 개구리’처럼 자신이 삶아지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멸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는 데 따른 열파로 인한 인류의 공중보건 위협을 다룬 논문을 최근 발표한 하와이대 카밀로 모라 교수는 지난 19일 영국 신문 가디언에 "열파로 인한 사망은 (신체가) 서서히 익혀지는 것과 같다"며 "완전한 고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층 등 취약계층이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우리 모두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열파로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라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이 최근 학술지 자연기후변화(NCC)에 발표한 논문 ‘지구적 열파 위험’은 사람 몸의 체온조절 능력을 뛰어넘는 치명적 기온에 1년에 20일 이상 노출되는 인구가 지구 전체로 이미 30%에 이르지만, 온난화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금세기가 끝나는 2100년엔 74%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노력을 해도 인류의 거의 절반인 48%가 여전히 직접적인 열파나 그로 인한 합병증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 지역에 살게 된다.

이 때문에 모라 교수는 여러 외신들과 인터뷰에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좋은 선택은 이미 고갈됐다"며 "열파에 관한 한 우리의 선택 결과는 나쁘거나 끔찍한 것만 남았다"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1980년부터 2014년 사이 36개국 164개 도시에서 이상 고온으로 인해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열파 사태 783건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예상했다.

예컨대, 2003년 유럽 대륙 열파 때 당초 2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최대 7만 명에 달했을 수 있다는 후속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10년 모스크바 열파 때는 1만 명이 숨졌고, 1995년엔 시카고에서 단 5일간 700 명 이상이 숨졌다.

이들 도시는 주로 중위도에 위치하지만, 이미 연중 온도와 습도가 높은 적도 열대 지역은 2100년이면 거의 연중 내내 치명적 열기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북위 40도 근처의 중위도 지역에선 치명적 기온까지 오르는 날이 1년에 60일 정도로 늘어난다.

사람이 체온 조절 기능을 파괴하는 기후조건으로 숨지는 것은 단순히 기온 뿐 아니라 습도도 깊이 관여한다. 신체 내부의 신진대사로 인해 열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주변 온도가 체온(섭씨 37도)보다 높으면 몸에 쌓이는 열을 줄이기 위해 신체는 땀을 흘린다. 그러나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못해 몸에 열이 누적되고, 그 결과 장기 등의 기능 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체온이 섭씨 40도에 근접하면 모든 중요한 세포 기제가 고장 나기 시작하기 때문에 의학적인 응급조치가 필요해진다.

논문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열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모라 교수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 온도의 문턱은 습도 요인 때문에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며 섭씨 23도에서 죽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기후변화의 속도와 생리학적 제약들을 고려하면, 결국 사회적 적응을 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강력히 추진해도 지구의 고열 발생을 둔화시킬지언정 완전히 막을 수는 없으므로, 조기 경보 체계 구축, 보호시설 확충, 에어컨 등 냉각 시스템 활용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모라 교수는 "에어컨은 전력 공급상의 과부하라는 문제를 낳지만, 경제적 불평등과 인구구조 변화와 도시화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안이기도 하다"며 "전 지구적으로 경제적 이유 때문에 에어컨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인구와 노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노인 인구가 열파 취약층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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