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자동차 ‘에너지 대전환’…수소車냐, 전기車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12 15:56
180205 NEXO 수소전기자동차 여주충전소(2)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차 ‘넥쏘’를 충전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미래 친환경차 시장이 수소차와 전기차 양대 축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전기차 위주의 정책을 세우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완의 친환경차’인 전기차에는 초기 시장이 잘 조성됐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궁극의 친환경차’인 수소차에는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석유자원 고갈과 환경오염 문제 등의 해법으로 자동차 업계에 ‘에너지 대전환’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관련 투자에 소홀할 경우 자칫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의 자동차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차와 전기차는 저마다 뚜렷한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어떤 차를 중점적으로 개발해야 할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수소차는 무한한 자원인 수소를 활용해 물과 전기를 만들어낸다. 이때 만들어진 전기를 동력으로 차량이 구동되며, 배출가스가 없는데다 동력을 만드는 과정도 친환경적이다. 전기차는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차량 내 리튬이온배터리에 저장한 뒤 사용한다. 차량 구조가 단순해 제작이 쉬운데다 배출가스도 없다.

다만 전기차는 동력원인 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전소 구동 등으로 인해 탄소가 배출된다는 한계점이 노출된다. 또한 외부에서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 방식 때문에 30분에서 길게는 10시간 이상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수소차의 경우 오히려 주행 중에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이 있어 전기차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친환경차로 평가 받는다. 또 수소를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5분 내외에 불과하다. 대신 차량 구조가 복잡해 가격 장벽이 높은데다 충전소 건설에도 비용 부담이 크다는 걸림돌이 있다.

현재까지는 경제적 이유로 전기차가 시장에 보다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전기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충전 인프라를 직접 확충하며 빠르게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회사 대부분이 전기차 신차 개발에 적극적이다. 볼보 등은 내연기관 엔진 개발 중단을 선언하며 전기차에 ‘올인’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기차 충전기는 설치 비용이 500만 원 안팎이지만 수소충전소 건립엔 50억 원이 소요된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18년 현재 수소차 양산에 성공한 업체는 현대차와 토요타, 혼다 뿐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세계적 트렌드인 전기차에 집중하는 사이 최근 들어 중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수소차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가 ‘진짜 친환경차’가 아니라는 인식이 커지는데다, 각국 정부가 수소차의 미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정부 지원을 통해 올 2020년까지 수소차 충전소를 100기 이상 보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수소차도 5000대 이상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까지는 1000기 이상 충전소를 보급해 ‘수소경제’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일본도 오는 2020년까지 수소차 보급을 4만대로 늘리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특히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수소 충전소를 대폭 확대, 세계 시장에 수소차 경쟁력을 과시한다는 구상이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수소 충전소 설치비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고 운영 보조금도 지원해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 같은 각국 정부의 수소차 지원 투자 분위기는 산업 경쟁력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하며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차가 지난해까지 수소차를 1000대도 팔지 못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수소 충전소는 2월 현재 12개에 불과하다. 또 이 중 절반은 연구용이라 일반인 이용이 제한된다.

반면 현대차의 뒤를 추격한 토요타는 4000대 이상의 수소차(미라이)를 판매했다. 중국의 경우 아직 양산 사례는 없지만 10여개 업체들이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한국 정부도 수소차 산업 육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다음달 2세대 수소차인 ‘넥쏘’를 출시할 계획이라 시장 선점을 위한 정부 차원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 확장에만 세금을 쏟아부을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정부가 직접 친환경차 정책을 주도하고 있고 일본도 정부의 지원 아래 다양한 회사들이 힘을 합쳐 수소차 인프라 확장 등에 힘을 모으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충전소를 만드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제적인 투자로 인해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차를 만들고 있는데, 인프라 때문에 막상 팔 곳이 없는 셈"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없으면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눈앞으로 다가온 친환경차고 수소차는 아직 기술이 미완성 단계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국가·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위주로 투자를 하되, 수소차도 함께 육성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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