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구 사장 신년사 '중대재해 없는 원년' 무색...
노조, "과로로 인한 사고...방지 위한 대책 절실"
▲현대중공업. (사진=연합) |
이달 1일 한 차례 사망사고가 발생한 적 있는 현대중공업에서 또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올해 현대중공업 생산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총 4건이다.
강환구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중대재해 없는 원년(元年)’을 천명하고 나서면서 무엇보다 ‘안전한 현장’ 만들기에 치중할 것이란 뜻을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1분기(3달)도 지나기 전,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면서 ‘최악의 살인기업’이란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12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6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작업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진 하청업체 직원(57)이 사망했다. 노조는 해양 나스르 SP 남쪽 셀라데크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직원을 발견, 신속하게 울산대학교 응급실로 후송한 바 있다. 재해자 홍씨는 길이 6m, 무게 25kg 족장용 파이프를 세우고 클램프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뒤로 갑작스레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직원이 클램프 체결 작업을 하기 위해 세웠던 길이 6m, 무게 25kg 파이프. (사진=현대중공업지부 홈페이지) |
당시 노조는 홈페이지를 통해 "의식이 불안정해 지주막하 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며 "소생실에서 이동식 MRI 촬영 결과, 지주막하 출혈로 판명돼 긴급 시술을 하던 중 급격하게 혈압이 떨어져 시술을 중단했다. 이후 중환자실로 이송해 치료를 하고 있으나 위독한 상태"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노조 관계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회복되지 못하고 지난 10일 사망진단이 내려졌다"며 "과로로 인한 사고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망사고까지 포함하면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4건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에서는 이미 세 차례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달 초 해양16안벽에서 한 직원이 배를 옮기려고 줄을 푸는 과정에서 배 앞쪽 갑판 모서리에 부딪혀 사망했으며, 1월 말 2명이 생산 현장에서 숨졌다.
지난 1월 25일 노동자가 울산 작업장에서 가스절단기로 화기작업을 하던 중 전신에 화상을 입어 사망했으며, 하루 앞선 24일 하청회사 노동자가 울산 작업장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숨을 거뒀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노동자 사망사고 1건을 기록한 바 있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산재로 인한 사고 건수가 줄기는 했지만, 일반 중대형 사고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각각 사건이 다른 까닭에 똑같이 얘기할 수는 없지만 사고방지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중대재해 없는 원년(元年)’을 천명하면서 ‘통합안전교육센터’ 건립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강 사장은 "올해 ‘통합안전교육센터’ 건립과 안전관리체계 내실화를 통해 명실상부한 중대재해 없는 원년을 달성하고자 한다"며 "통합안전교육센터에 개설된 70여개의 안전 교육 과정의 대부분을 관련 자격 취득 과정으로 운영하고 실습을 통한 실질적인 교육을 실시해 안전교육의 일대 혁신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신년사 발표 후 2달이 지난 현재 ’중대재해 없는 원년‘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현대중공업에서 크고 작은 산재사고가 발생했지만, 통합안전교육센터 건립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계획만 수립된 상태이며 착공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동집약 산업인 만큼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게 조선업"이라며 "무엇보다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그 노력은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고 즉각적인 행동과 실천으로 표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5월 거제조선소 크레인 붕괴사고로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같은 해 8월 ‘안전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안전사고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뜻을 공표하는 동시에 사고 발발 3달 만에 안전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안전경영본부장에 글로벌 안전관리 전문가인 피터 헤이워드(57) 전무를 선임하기도 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