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발 규제 ‘후폭풍’ 지방 분양 시장이 죽어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5.03 15:36

- 잇단 규제로 지역 부동산 심리 꽁꽁
- 지역산업 붕괴, 세금 폭탄 우려
- 5월 지방 분양 물량도 2만여 가구


[에너지경제신문 신보훈 기자] ‘부동산은 심리’라는 말이 있다. 부동산 경기는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받으며, 한번 꺾이면 분위기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강남을 잡기 위해 도입했던 규제들로 집값 상승세는 안정되는 모양새지만, 그 파급효과로 지방 부동산이 죽어가고 있다. 공급물량 증가와 지역 산업 붕괴에 하락세를 걷던 지방 분양시장은 이제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섰다.

송도 아파트 건설현장.(사진=신보훈 기자)

▲안개 낀 날씨에 공사를 진행하는 아파트 건설현장.(사진=신보훈 기자)


3일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4월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실적치는 65.0을 기록했다. HBSI는 주택 공급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지표로, 기준선 100을 중심으로 주택사업 경기를 판단할 수 있다. 지난달 HBSI 실적치는 작년 8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지방의 경우 20~60선을 기록했는데, 강원(29.1)과 충북(33.3), 울산(35.7)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서울·대전·대구·세종을 제외한 지역의 주택사업경기 5월 전망은 매우 좋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연이은 규제 강화로 재고주택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택사업경기가 크게 위축된 결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 늘어나는 미분양

실제로 올해 진행된 지방 분양 사업지에서는 미분양 물건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이 전남에 공급한 ‘강진 코아루 블루핀’은 194세대 모집에 청약건수가 7세대에 불과했고, ‘충남 태안 코아루 3차’도 대부분 미분양되면서 청약경쟁률이 0.15대 1에 그쳤다. 작년까지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던 신탁사가 올해는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수익성 악화와 경영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분양 사태는 지역과 건설사를 가리지 않는다. 강원, 울산, 경남은 물론이고 작년까지 뜨거운 분양열기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검토하던 부산도 소강상태에 들어섰다. 지역 내에서 입지가 좋거나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가 공급되더라도 미분양을 피해가기 어렵다.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올해 강원도에서 분양한 5개 단지 중 3개 단지에서 수백 세대의 미분양 발생했다. 이 중에는 대형사의 브랜드 아파트도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 물량이 미분양을 기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시각도 그렇고, 시장의 분위기도 그렇고 건설사가 사업을 하기 무척 어려운 환경"이라며 "회사 내에서도 올해는 큰 사업을 벌이지 않고 잘 버텨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 집값은 떨어지는데…

조선업 등 지역기반 산업이 흔들리는 지역은 집값의 하락세도 뚜렷하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울산 북구의 아파트 가격은 작년 3월 1㎡당 226만 원에서 올해 4월 214만 원으로 떨어졌다. 경남 창원은 같은 기간 244만 원에서 227만 원으로 하락폭이 더 컸다.

침체 분위기에도 분양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이달 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지방 지역에 분양 예정인 물량은 2만여 가구다. 6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고, 7∼8월 여름 휴가기는 분양 비수기이기 때문에 밀어내기를 준비하는 건설사가 많다. 공급물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양도세 강화, 보유세 인상 논의는 지방 분양지에 직접 적용이 안 되더라도 부동산 투자나 내 집 마련 심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역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당연히 잘 될 거라 생각되던 단지들이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서울 분양시장은 아직 견고하지만, 강남을 잡으려던 규제가 지역 내 수요자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지방 분양시장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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