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재현 리더십②] 회장의 ‘직감’ 달리는 CJ대한통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1.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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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초격차 역량을 확보해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이 되자." 지난해 경영에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 2020년까지 36조 원을 투자, 2030년 세 개 이상 사업 부문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2030 월드 베스트’ 비전을 제시한 상태. 이를 위해 이 회장은 식품, 바이오, 물류,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그룹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성 임원을 중용하고 ‘삼성맨’을 영입하며 조직 문화도 바꾸는 중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은 CJ 그룹 주요 계열사에 녹아 있는 이 회장의 리더십을 진단했다.

글 싣는 순서

[CJ 이재현 리더십①] CJ제일제당 ‘한식 세계화’ 빛 본다
[CJ 이재현 리더십②] 회장의 ‘직감’ 달리는 CJ대한통운
[CJ 이재현 리더십③] 미운오리가 백조로···CJ올리브네트웍스
[CJ 이재현 리더십④] "남들과 다르게" CJ ENM


대한통운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한 물류 기업이다. 1968년 동아그룹에 편입됐지만 2001년 모그룹 동아건설이 부도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했다. 긴 터널을 지나 2008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만나 새출발을 시도했다. 금호아시아나 역시 대우건설 인수 등 무리한 경영 탓에 대한통운을 매각해야 했다. 흔들리는 대한통운을 선택한 것은 CJ그룹. 이 회사를 1등 물류 기업으로 키워낼 수 있다는 이재현 회장의 ‘직감’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 당시 대한통운을 인수할 것으로 유력하게 거론된 후보는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이었다. CJ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은 이 회장이 2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통크게 써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대내외적으로 ‘부실 기업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 회장은 리더십으로 이를 이겨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통운 인수 이전 이 회사와 CJ GLS는 국내 택배사업에서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었다. 이 회장은 2013년 두 회사를 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양사간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고 시너지를 내는 작업을 직접 신경 쓴 것으로 전해진다. CJ그룹 매각 당시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던 대한통운 노조도 회사 통합과정에서 비춰진 이 회장의 리더십을 순순히 따랐다.

결과적으로 대한통운은 CJ그룹 내 두 번째 규모의 계열사로 성장했다. 매출액은 2015년 5조 558억 원, 2016년 6조 819억 원, 지난해 7조 1104억 원으로 고속 성장 중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각각 1866억 원, 2284억 원, 2357억 원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조 원을 들여 사들인 회사의 시가총액은 3조~4조 원대로 뛰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월드베스트 CJ’를 표방하며 CJ대한통운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 1년 6개월여간 해외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을 ‘투 톱’으로 활용 중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 6월 미국 물류업체인 ‘DSC Logistics’를 23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CJ그룹은 미국 내에서 유통망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유럽에서는 슈넬레케그룹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슈넬레케그룹은 80년 역사를 지닌 독일 물류업체로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다.

이 회장은 최근 CJ제일제당을 활용해 미국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를 인수하는 2조 원대 ‘빅딜’을 성사시켰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슈넬리케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까지 몸집을 불리면 CJ그룹의 1차 목표인 ‘2020년 매출 25조 원’ 달성이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이 회장은 슈넬리케 인수가 CJ대한통운의 유럽 진출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내 물류 거점을 만들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아시아권에서는 일정 수준 네트워크를 확보해둔 상태다. 2013년 중국 물류 기업 ‘스마트카고’를 인수하고 2015년 중국 최대 냉장냉동 물류 업체 ‘룽칭물류’를 사들였다. 2016년에는 말레이시아 센추리로지스틱스를 인수해 점유율 1위에 올랐다.

CJ대한통운의 인력 운영에서도 이 회장 특유의 리더십이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올해 8월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한 박근희 고문을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갈등의 골이 깊었던 삼성-CJ간 고위급 인사 이동으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박 부회장은 1978년 삼성공채 19기로 삼성 SDI에 입사해 기획담당 이사를 지낸 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부사장), 삼성그룹 중국 본사 사장 겸 삼성전자 중국 총괄 사장,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능력을 충분히 입증한 만큼 글로벌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의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을 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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