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로열티 명목으로 2000억 원 이상 해외로 유출
가스공사 “올해 발주 선박에 솔리더스 적용 가능성↓”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자체 개발한 LNG 화물창 ‘솔리더스(SOLIDUS)’ 기술을 지난해 한 차례도 써먹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은 기술에 대한 위험 감수를 외국 선주사에서 지속적으로 꺼리고 있어서다.
상용화 실패로 지난해 프랑스 LNG 화물창(倉) 원천기술 보유 회사에 지불한 기술 사용료(로열티) 규모가 약 2000억 원에 이른 상황. 지난해에 이어 올해 LNG 관련 선박 발주가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이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선박 18척을 수주했다. 고작 4척에 그쳤던 지난해 수주실적 대비 무려 4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LNG 운반선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사상 처음으로 50% 이상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회사는 자사가 독자적으로 보유한 화물창 시스템을 실제 선박에 적용하지 못했다. 배를 주문 및 발주한 외국 선사에서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은 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해 수주한 LNG선에 솔리더스가 장착된 선박은 1척도 없는 게 사실"이라며 "기술력은 타사 대비 우월하지만 실질적으로 배를 주문 및 발주한 외국 선사가 모험적인 사용을 꺼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솔리더스 시스템은 2017년 8월 대우조선해양와 독일 화학회사 BASF 간 협력을 통해 개발됐다. 차세대 멤브레인형 화물창으로 유명한 이 시스템은 이중 금속 방벽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이고 고성능 단열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 한계치로 여겼던 일일 LNG 증발량을 0.07% 수준에서 0.05% 대로 낮추면서 세계에서 가장 기화율이 낮은 LNG 화물창이란 평가를 받았다.
상용화 실패로 막대한 기술 사용료(로열티) 지출은 지난해 역시 예년처럼 반복됐다. 화물창 원천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GTT 회사에 선가의 5% 수준을 지불한 것. 업계에서 통상 LNG(17만㎥급) 관련 선박 1척 당 120억 원을 지급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2000억 원 가량을 로열티로 지불한 게 된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76척 중 66척을 싹쓸이 수주한 국내 조선 ‘빅3’ 업체로 확대 적용할 경우, 7000억 원 이상이 해외로 유출된 셈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사진=대우조선해양)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해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NG선 100척을 건조하면 로열티 명목으로 지출해야 할 금액이 1조 원을 웃돌 정도"라며 "엄청난 국가의 자원이 해외로 나간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증명되지 않았기에 선주에서 원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국가적인 지원을 받아서 국내 가스공사에서 선제적으로 적용을 해줄 경우,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가스공사 측은 "올해 발주 및 주문할 선박에 솔리더스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솔리더스 상용화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솔리더스 기술을 KLT(KC LNG TECH) 법인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술 이전 작업이 마무리되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도 로열티 지급만으로 해당 기술 사용이 용이해져 해외 자금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 또 솔리더스 화물창 탑재로 건조기간 단축과 함께 투자 원가를 낮춰 수주 경쟁력을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직 솔리더스 화물창 계약이 실현되지 않았다"며 "솔리더스 계약이 달성되면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분야에서 위상이 더욱 높아지지만 GTT 회사의 경우 치명적인 위험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전세계 LNG운반선 발주량이 69척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까지는 연평균 66척의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