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멀다하고 디지털 서비스 출시…단순 금융서비스 제공 넘어 디지털 기술 고도화 방점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은행이라고 하면 집과 가까운 영업점을 방문해 저축을 하거나 대출을 받는 곳으로 여기던 때는 지났다. 이제 금융회사는 4차 산업혁명의 옷을 입고 똑똑한 디지털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거는 금융그룹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은행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개인 고객들이 직접 영업점을 찾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모바일 앱을 출시하던 일차원적인 변화를 넘어, 이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해 본격적인 금융서비스 진화를 일으키고 있다. 국경을 초월하는 초국경 사회를 실현하고 있는 것도 금융사들이다. 디지털 전환을 생존의 필수조건으로 여기는 금융회사들이 이제는 놀라운 변화를 주도하는 ‘디지털 회사’로 바뀌고 있다.
◇ KB금융 ‘업계 최초 시도’ 이목
KB금융그룹은 올해 들어 ‘업계 최초’ 타이틀의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창립 17주년을 맞아 ‘K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선포식’을 가지고 디지털 혁신 조직으로 본격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2025년까지 총 2조원 규모를 디지털 관련 분야에 투자하고, 4000여명의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올해는 국민은행이 금융서비스의 디지털화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시도를 단행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 브릿지(bridge) 시연회에서 직접 앱을 사용해보고 있다.(사진=연합) |
이날 열린 KB 브릿지 시연회에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허인 국민은행장 등이 참석해 향후 서비스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허인 행장은 "국민은행이 소상공인, 개인과 가장 많은 거래를 하는 은행이라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며 "예상보다 개발과정이 힘들어 약 1년 간의 기간이 걸려 첫 작품이 잘 나왔다. 여기서 더욱 진화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4월 영업점에서 손바닥 정맥 인증을 한 뒤 입·출금을 할 수 있는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업계에서 처음 출시하기도 했다. 기존 시중은행에서는 현금자동인출기(ATM) 등에 생체인증을 도입했는데 영업점에서도 생체인증을 가능토록 한 것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영업점에서 반드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외 국민은행은 영업점 방문과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모바일에서 편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지난 15일 ‘KB모바일인증서’를 출시하는 등 서비스 편리함을 높일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김포 한강신도시에 들어선 ‘KB 통합IT센터’를 완성하며 그룹의 디지털 역량을 결집해 고객 중심의 디지털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을 예고했다. 허 행장은 "인공지능과 5G로 대표되는 초연결 시대에 변화와 혁신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 고객 중심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트렌드 리더’가 되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쏠(SOL)’ 기반 디지털 확장 가속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2월 신한은행이 기존 앱 6개를 통합한 업계 최초 모바일 슈퍼 앱 ‘쏠(SOL)’을 선보인 뒤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디지털 서비스를 진화하는 중이다. 쏠에는 AI가 탑재돼 고객 맞춤형 상품 추천, AI챗봇 등 고도화된 서비스가 제공되며 모바일 전용상품, 로그인 방식 간편화 등을 도입해 모바일 앱 시대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은행 본점.(사진=신한은행) |
또 영업점 방문 시간을 쏠에서 예약하는 ‘굿 타임(Good Time) 영업점 방문예약 서비스’도 지난 24일부터 시행했다. 고객들이 영업점에 몰려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이와 함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시장에서도 쏠을 선보이며 신한금융의 디지털 기술이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주요 무기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은행 전 업무에 도입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대출 때 블록체인을 이용해 증명서류 검증 과정을 진행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비대면 상품 이용 편의를 높였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고객 퍼스트’를 주요 가치로 삼고 있는 만큼 고객편의 강화를 위한 디지털 기술 업그레이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진 행장은 지난 19일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현장 영업방향을 정하는 KPI의 키는 고객이 돼야 한다"며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과제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블록체인으로 탈국경 금융 실현
하나금융그룹은 블록체인을 이용한 ‘탈국경 디지털 금융’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전세계 14개국 총 59개사가 참여하는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플랫폼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를 구축 중이다.
GNL은 전세계 금융기관, 유통회사, 포인트 사업자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국경 제한을 받지 않고 하나머니와 같은 디지털 자산을 모바일에게 자유롭게 송금, 결제, ATM 인출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현재 전자결제서비스를 제공한다. 2017년 11월 GLN 컨소시엄을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 개발되기 시작했다. 금융회사의 디지털 적용이 국내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주요 기술로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 세번째)와 타이신금융그룹 및 대만 현지 주요 파트너사 관계자들이 지난 4월 하나금융그룹 GLN 대만 파트너사인 타이신 금융그룹 사옥에서 개최된 ‘하나멤버스 대만결제 시범서비스’ 론칭 기념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쟝쏭쩐 에버리치 부총경리, 쉬에동또우 패밀리마트 CEO, 김정태 회장, 우동량 타이신금융그룹 회장, 황쓰웨이 RT마트 재무총재, 우씬창 신광미츠코시 백화점 부총경리, 최동천 마스터카드 지역총재.(사진=하나금융) |
하나금융은 올해 안에 GLN 기반 서비스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국들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GLN 구축이 전세계 도입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완료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현지에서 결제뿐 아니라 송금, 인출 등의 서비스까지 확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나은행은 지난 14일 우리은행, 코스콤과 통신 3사, 삼정전자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전자증명 사업을 출범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모바일 앱에서 전자증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기관이나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를 개인이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신원증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나은행은 계좌정보를 이용해 본인 확인과 통장사본 제출을 대체할 수 있는 ‘계좌보유증명’을 발행하고, 은행에서 발행하는 다양한 금융증명서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아울러 지난 22일 하나은행은 내·외부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통합 인프라 ‘하나 빅데이터 플랫폼’을 은행권에서 처음 선보이는 등 블록체인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기술 저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손님 중심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라는 하나금융 디지털 전환 비전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 '잘나가는' 디지털 기술
▲NH농협금융그룹.(사진=농협금융) |
특히 은행권에서 첫 선을 보이는 농협은행의 디지털 기술이 다채롭다. 음성 챗봇 ‘AI콜봇’, 로보어드바이저 ‘NH로보-프로(PRO)’, 빅데이터 기반 가계여신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NH-LDS), P2P금융 증서 조회 블록체인 서비스 등을 은행권에서 처음 공개하며 디지털 기술 개발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5개 금융 앱을 통합한 ‘NH스마트뱅킹 원 업(ONE UP)’을 출시하며 앱 고도화도 성공했다.
이달만 보더라도 지난 17일 앱을 설치하고 로그인하지 않아도 휴대폰 인증 등만 거친 후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웹 기반 방식의 모바일 가상지점 ‘NH 링크(LiNK)’를 공개했다. 지난 15일에는 도깨비트래블과 베트남 QR결제 확대 협약을 체결하며 여행객들 편의를 높이기로 했다. 베트남 QR결제는 베트남 현지 식당, 카페 마트 등 약 3000곳에서 환전 없이 결제할 수 있도록 한 계좌기반 직불결제서비스로, 지난해 11월 농협은행이 업계에서 첫 선을 보인 기술이다.
전날인 10일에는 빅데이터 플랫폼 ‘NH빅스퀘어’ 고도화를 끝내며 빅데이터 기반의 고객 금융서비스를 더욱 강화했다.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금융생활 패턴을 파악 후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기업신용평가에 활용해 기업 부실 예측지표로 이용하는 등 빅데이터 활용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4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포하며 디지털 금융그룹으로서의 성공적인 변화를 다짐했고, 이어 농협금융은 지난 5월 2기 경영방향을 제시하며 미래성장 동력이 되는 디지털의 중요성을 또다시 강조했다. 디지털 금융회사로의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디지털 인재 키우기에도 적극적이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은 "현재 농협지주와 계열사가 함께 준비중인 디지털 전환은 부문별 비즈니스를 디지털 기반으로 플랫폼화하는 것"이라며 "대면·비대면 사업포트폴리오, 업무프로세스, 채널과 조직구조 등 경영전반에 대한 디지털화 전략과제를 만들어 향후 3개년 실행방안을 오는 9월 이내 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