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發 ‘30만호 추가 공급’에 시장은 ‘설왕설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1.22 14:20

대통령 강력 규제 시사 이어 공급 대책 나와
김상조, 2월 중 추가 30만호 공급 계획 발표
"가로주택·준공업시설 모두 해답은 아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2020년 제 1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나란히 앉아 있다.(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신준혁 기자] 올해 들어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언급하면서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투기세력과의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강력한 규제를 시사했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총선 포기 이후 부동산 규제에 의지를 드러냈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주택공급 부족을 의식한 듯 대규모 주택 건설계획을 밝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기 신도시에 30만호 이외에 추가 30만호 등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서울이 문제니까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서 가로주택 정비사업과 준공업지대 개발을 통해 대단지는 아니어도 굉장히 속도감 있게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김 실장이 밝힌 ‘추가 30만호 공급’을 두고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먼저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6미터 이상 도로 등으로 둘러싸인 노후 저층 주거지 밀집지역을 정비하는 사업으로 노후주택이 난립한 지역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로 6미터 폭이 좁을 뿐더러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진행되면 200∼300가구 규모 ‘나홀로 아파트’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사업이 축소되면서 조합의 분담금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지역 주민들과 조합은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반대하는 분위기여서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서울내 준공업시설 공급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김 실장은 "서울시와의 협의를 사실상 거의 완료했고 아마 2월에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지만 시의 입장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준공업시설은 구로디지털단지, 가산디지털 단지 등 서울시가 역점적으로 조성한 산업지역으로 주상복합을 짓고 주택비율을 늘리는 것을 시가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 서울시는 산업 기반을 지켜온 시설이 주택공급으로 축소될 수 있다며 국토부의 준공업지역 관련 제안에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정부의 정책 남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청와대에서 나온 30만호 추가 공급 계획은 다소 조급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30만호든 300만호든 남은 임기 동안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가 공급을 하려면 공공임대든 분양전환이든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땜빵식’ 정책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는 출범 이후 18번의 부동산 규제를 쏟아냈고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 광역교통비전2030 계획은 논의 단계에 있는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계획과 GTX-D노선(가칭)등이 언급되면서 총선용 발표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청와대 내부 목소리도 엇박자를 낸 경우가 많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고 국토부는 이를 뒤집듯 다음달 12·16대책을 발표했다. 또 김 실장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동산 매매허가제를 내비치자 "정무수석은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현 정권에서 경제 수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거시 경제학을 전공하고 스펙이 화려한 것은 인정하지만 부동산, 건설 등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높을지 의문이다"며 "선거 전 두루뭉술한 정책을 내놓고 ‘결과 짜맞추기’나 ‘아님 말고’ 식의 국정운영은 근절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준혁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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