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모순'...해외선 한국형 원전 가동·홍보, 국내선 조기폐쇄·명예퇴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19 12:10

국내선 ‘위험성’이유로 지난해 월성1호기 조기폐쇄, 사용후핵연료 처리 지지부진

원전 주기기 제조업체 두산重, 만 45세 이상 직원 2600여명 명예퇴직 받아

UAE에서는 ‘한국형 원전 가동 축하·제3국 원전시장 진출 협력’ 위해 대통력 특사 파견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3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을 방문해 무함마드 빈 자이드(문 대통령 오른쪽) 왕세제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내 월성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한편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에서는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원전 주기기 제조업체인 두산중공업은 원전 수주 중단으로 인한 경영난 끝에 명예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반면 정부는 해외에서는 한국에서 건설한 원전 신규가동을 축하하고 제3국 수주까지 모색하고 있다.


◇ 국내선 월성1호기 조기폐쇄, 사용후핵연료 처리 지지부진

18일 원전 주기기 제조업체인 두산중공업은 "만 45세 이상 직원 2600여명을 대상으로 이달 20일부터 2주간 명예퇴직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두산중공업 측은 "수년 간 세계 발전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인력구조 재편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정책으로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를 끝으로 추가 수주가 없는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3분기 수주잔고는 14조6000억원으로 전년도 말(16조4000억원) 대비 감소했다. 원전 공장 가동률도 2018년 82%에서 지난해 50%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은 수주 감소를 해결하고자 가스터빈 국산화·풍력·수소 등 사업 다각화, 신기술 개발, 재무구조개선 등 다양한 자구노력을 펼쳐왔다. 이외에도 임원 감축, 유급순환휴직, 계열사 전출, 부서 전환 배치 등을 진행해왔지만 결국 구조조정을 택하게 됐다.

원전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 받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도 지지부진하다. 현재 중수로 원전이 위치한 월성(2020년)을 시작으로 경수로 원전이 운영되고 있는 고리(2024년), 한빛(2026년), 한울(2037년), 신월성(2038년) 원자력발전소 부지내 저장시설의 포화가 순차적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시설(맥스터)의 포화율은 지난해 12월 기준 94.18%에 달했다. 이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할 사용후핵연로 재검토위원회가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지만 산업부는 문제가 불거지자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최상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 해외에선 ‘한국형 원전 가동 축하’ 위해 대통력 특사 파견

반면 정부는 해외에서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18일 외교부에 따르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오는 20일까지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간 협력 강화를 위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UAE를 방문한다. 특사단은 올해 수교 40주년을 맞는 양국 관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UAE 정부의 고위 지도자들을 만나 정치, 외교, 경제 및 국방 등 다방면에 걸친 양국 간 실질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특히 원전 분야에서는 한국이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 4개 호기 중 1호기가 곧 가동을 앞두고 있다. UAE 연방원자력규제청(FANR)은 바라카 원전 1호기에 대한 운전허가를 승인했으며, 이에 따라 바라카 원전 운영사 나와(Nawah)는 1호기에 곧 핵연료를 장전해 시운전을 거쳐 상업 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바라카 원전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해온 UAE 측에서 최근 이런 진전을 계기로 특사 파견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UAE는 원전을 처음 도입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제3국 원전시장 진출에 협력하기로 합의한 상태이기도 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올해 수교 40주년인 양국 관계는 매우 좋다"며 "특히 원전은 UAE와 우리의 중요한 협력사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알카비 FANR 부의장은 "오늘은 UAE가 아랍권에서 처음으로 원전을 가동하게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미래의 에너지를 공급할 평화적인 원자력 에너지 프로그램을 계획한 UAE의 비전과 지도력 덕분에 이런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바라카 원전사업은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 4기(총발전용량 5600㎿)를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 떨어진 바라카 지역에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한국전력공사는 2009년 12월 이 사업을 수주해 2012년 7월 착공했다. 당초 2017년 상반기 안으로 1호기를 시험 운전할 계획이었지만 UAE 정부 측에서 안전, 자국민 고급 운용 인력 양성 등을 이유로 운전 시기를 여러 차례 연기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어느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런 정책을 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지 냉정히 살펴보기 바란다. 어설픈 조율과 타협은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버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점을 정부와 청와대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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