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주도국가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20일이상 중단 성공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신종 코로나로 수요 감소 효과 겹쳐
2030년 해상풍력 30%이상… 수소경제로 배출량 제로 도달
|
▲(사진=연합) |
그간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이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으로 악명이 높은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을 무려 20일 이상 중단시키는데 성공시키면서 영국의 탈(脫)석탄 기조가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의 전력·가스회사인 내셔널 그리드 ESO는 30일(현지시간) 기준 공식 트위터를 통해 "영국은 20일, 14시간 40분 동안 석탄발전 가동을 중단시켰고 그 기간은 계속 경신 중이다"고 밝혔다.
영국은 작년 6월에 18일 6시간 10분 동안 석탄발전의 가동을 중단시킨 바 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이달 9일 자정부터 시작된 ‘석탄발전 없는 기간’이 지난 4월 28일 오전 6시 10분을 넘으면서 과거 기록을 경신했고, 지금까지도 그 기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영국에서 발전소가 처음 문을 연 1882년 이후 최장기간이다.
3년 전에 사상 처음으로 24시간 동안 석탄발전이 멈췄지만, 올해는 무려 20일 이상 석탄발전에 의존하지 않게 된 셈이다.
영국이 이처럼 해당 기간동안 석탄발전을 중단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감소 효과가 겹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큰 역할을 했다. 전염병 대응을 위해 지난달 봉쇄조치 도입 이후 학교와 가게, 공장, 식당 등이 문을 닫으면서 전력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력 수요는 평상시 4월 수요보다 5분의 1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내셔널 그리드 ESO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난달 말부터 시행된 국가차원의 봉쇄조치로 전력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며 "전력소비가 늘었지만 산업 부문에서 줄어든 수요로 상쇄됐다"고 설명했다.
전력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 감소는 저탄소 에너지원이 평소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규모가 확대된 것도 석탄발전 의존을 줄이는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여기에 바람과 화창한 날씨가 평소보다 잦아진 점도 석탄발전 비중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 지난달 20일 영국에서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력이 사상 처음으로 9.68 기가와트(GW)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 영국재생에너지협회의 멜라니 온 부회장은 "영국에서 신재생에너지 규모는 탄소 중립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급속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2030년까지 해상풍력은 영국 발전비중의 30% 이상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비용이 낮은 육상풍력에 이어 해양에너지, 부유식 풍력, 에너지저장장치,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수소경제 등을 통해 영국의 배출량이 더 빠른 속도로 제로에 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영국에서 줄어드는 석탄발전 비중…탈석탄 기조 탄력받나
|
일각에서는 전력수요 감소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확대라는 효과가 겹치면서 영국의 석탄발전이 중단됐다는 것은 향후 기후여건이 악화되거나 코로나19 사태가 제어되면 석탄발전의 비중이 언제든지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로, 무조건 낙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영국이 주요 7개국(G7) 중에서 최초로 2050년까지 ‘탄소 중립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계기로 정부의 탈석탄 기조가 한층 더 탄력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탄소 중립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탄소의 배출량만큼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 외부에서 탄소를 감축하거나 흡수하는 활동을 통해 이를 상쇄해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영국은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지난 2013년부터 점차 줄여왔으며, 오는 2025년까지 완전히 퇴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당국은 석탄발전소 퇴출 기한을 2024년 10월 1일까지 앞당기는 방안을 최근에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탄발전은 1990년대만 해도 영국 전체 전력생산의 70% 가량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3% 미만으로 비중이 급격히 축소됐다. 또 지난해에는 석탄발전을 통해 약 6.9 테라와트시(TWh)에 달하는 전력이 공급됐는데, 이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의 비용이 하락하면서 석탄발전의 경제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발전 부문의 탄소 배출 역시 감소하고 있다. 1킬로와트시(KWh)의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이산화탄소량은 2012년 507g에서 최근 161g으로 3분의 2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으로 석탄발전의 발전비중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영국은 지난 3월 말 각각 2000 메가와트(MW)급과 1560MW급에 달하는 석탄발전소 2기를 공식 폐쇄했다. 폐쇄된 발전소 1기를 소유하는 에너지업체 SSE의 스티븐 윌러 상무이사는 석탄발전소의 폐쇄에 대해 "획기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하며 "그동안 지역사회에 크게 기여해왔지만 영국이 청정에너지 노선을 택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석탄발전소 폐쇄는) 옳은 결정이다"고 말했다.
영국은 또한 자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디랙스(Drax) 발전소에서 석탄에 의한 전력생산을 모두 중단할 예정이다. 3906MW급 규모인 디랙스 발전소는 연간 18 TWh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공급한다.
디랙스 발전소는 총 6개의 발전유닛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네 유닛은 ‘지속가능한 바이오매스’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반면 나머지 두 유닛은 석탄을 사용한다. 디랙스 그룹에 따르면 4개의 발전유닛이 석탄을 사용하지 않게 됨으로써 탄소배출량이 80% 이상 감축될 것으로 추산된다. 디렉스 그룹은 내년 3월까지 나머지 두 유닛의 탈석탄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영국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40년부터 휘발유 및 경유 차량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었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2월 이 시기를 2035년으로 앞당겼다. 하이브리드 차량도 판매 금지 대상에 포함될 예정인 만큼 2035년부터는 순수 전기차와 수소차만 판매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영국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도 탈석탄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2030년까지 100%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에 맞춰 지난달 17일 가동 중인 마지막 석탄발전소를 중단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우 이르면 2035년, 늦어도 2038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쇄할 계획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이를 위해 석탄 생산지역 및 화력발전소 운용사들과 약 440억 유로(약 57조원) 규모의 배상협상에 합의했다. 독일 정부는 이와 별도로 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는데 43억5000만 유로를 배상하기로 했다.
합의안에 적시된 화력발전소 폐쇄 시간표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300MW 화력발전소가 폐쇄된다. 2021년 말까지는 900MW 화력발전소가 문을 닫고 나머지 화력발전소는 2028년과 2029년말까지 단계적으로 폐쇄될 예정이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