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코로나19 속 투자 확대…독되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5.10 10:44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반도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전자업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코로나19 타개와 그 이후를 대비해 시설과 연구개발(R&D)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 전망은 온통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연간 R&D 투자 규모 추이

구분 2017년 2018년 2019년
비용(단위: 원) 16조 8056억 18조 6620억 20조 1929억
매출 대비 비중(단위: %) 7 7.7 8.8

SK하이닉스 연간 R&D 투자 규모 추이


구분 2017년 2018년 2019년
비용(단위: 원) 2조 4870억 2조 8949억 3조 1885억
매출 대비 비중(단위: %) 8.3 7.2 11.8
자료=각사 사업보고서



◇ 불확실해도 R&D·설비 투자 늘어

국내 전자업계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한 ‘통 큰’ 투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전자 기업인 삼성전자는 올 1분기 R&D에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5조 3600억 원으로 2018년 4분기(5조 3200억 원) 이후 최고치다. 특히 1분기 매출액 대비 R&D비 비중은 9.7%로 전년 동기 9.6%보다 소폭 오르면서 10%에 육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0조 1929억 원의 R&D비를 지출했다. 연간 R&D비가 사상 처음으로 20조 원을 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조 원 넘게 R&D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2분기부터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코로나19 사태에도 계획된 투자를 차질없이 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코로나19 이후에 대비하기 위해 R&D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실적 악화에도 3조 1885억 원의 R&D비를 지출한 SK하이닉스는 오는 하반기 준공 예정인 경기 이천의 M16공장에 극자외선(EUV) 전용 라인을 구축하고, 3세대 10나노급(1z) D램을 본격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산업 활동 동향에 의하면 지난 3월 기계류 설비 투자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기 시작한 전달보다 8.1%, 전년 동기 대비 12.1% 늘었다.

▲LG전자 직원이 경북 구미사업장 생산라인에서 ‘올레드 TV’ 품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 반·디·스마트폰 시장 전망 잇단 빨간불


하지만 상황이 반전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코로나19에 따른 상황이 급변하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우리 기업들이 주력인 시장의 올해 전망치가 연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심지어 방대한 내수 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에서 소비 위축으로 수요가 줄면서 글로벌 경제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이런 부정적인 흐름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며 시장 전망을 억누르는 불안감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반도체 시장을 보는 시각은 이미 부정적인 전망으로 팽배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등은 대부분 비관론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불황을 딛고 올해 반등할 것으로 입을 모았던 종전 전망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반도체가 주로 쓰이는 스마트폰, 개인 컴퓨터(PC)부터 자동차, 가전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반도체 ‘큰 손’인 서버 업계까지 투자를 줄이면서 ‘비대면(언택트) 효과’마저 제한적일 것이란 예측마저 나온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IC 인사이츠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3468억 달러(한화 약 423조 원)로 전년 대비 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 8% 성장할 것이라던 전망에서 마이너스로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IDC도 올해 반도체 시장이 4.2%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고, 가트너는 올해 반도체 매출이 -0.9%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옴디아는 기존 5.5% 성장에서 2.5% 성장으로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디스플레이 시장도 마찬가지다.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플라이 체인 컨설턴츠(DSCC)는 올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매출이 1030억 달러(약 125조 원)로 전년 대비 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성장률로는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옴디아는 올해 전 세계 평판 디스플레이 출하량이 전년 대비 11.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8.8% 감소한 이후 역대 최저치다.

스마트폰 시장은 더 어둡다. IDC는 올해 유럽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 대비 2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 47%까지 역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의하면 올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2분기에도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 인도, 유럽에서 부진이 계속돼 감소세가 확대될 것으로 봤다.


◇ 수익성 악화 부메랑 우려

보통 기업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비 투자 등을 대폭 줄이고 현금 자산 보유를 늘리는 방식으로 경영 전략을 짠다. 하지만 전자업계는 앞서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로 자칫 올해 수익성 악화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수익이 악화한다 해도 이들 업계는 여전히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어 재정적인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아 전자업계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이들 업계가 사회적 책임을 더 부담해도 된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투자를 줄이거나 주저하는 것은 소비 위축에 따른 수요 감소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투자) 규제 합리화 등 기업의 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적극 검토해 기업의 투자 심리를 북돋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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