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한국공인회계사회 사회공헌·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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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한국공인회계사회 사회공헌·홍보팀장) |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1980년대 국내 한 가전사의 광고 카피다. 잘 골라야 후회가 적다는 얘기다. 누구든 살아가며 선택의 순간을 많이 맞는다. 그럴수록 선택이 중요함을 절감한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예외가 없다. 때로는 빠른 선택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신중한 선택이 성공을 이끈다. 신중한 선택에도 타이밍과 방향이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시기를 놓치지 않고 올바르게 선택해야 편익이 커지고, 성공의 지름길로 들어설 수 있어서다. 반면 선택의 방향과 타이밍을 그르치면 큰 손해와 비용이 뒤따른다. 선택에 따른 유무형의 비용이 편익보다 커지는 탓이다.
선택의 기준에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우선 경제적 기준이다. 효율성이라는 경제 원칙과 기회비용이 이에 해당한다. 다음은 사회적 기준이다. 정당성이 고려해야 할 요소다. 여기에는 공동체 의식, 자유, 평등 등 가치 판단의 요소가 두루 포함된다. 여러 가지를 세밀하게 살피고 고려한 신중한 선택이 점점 중요해진다. 통상적으로 볼 때 선택으로 인한 편익은 경제적 선택에서 발생한다. 비용을 지불하여 얻으려 할 때, 편익이 비용보다 클 경우 이를 합리적 선택으로 본다. 개인과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주어진 환경과 여건 하에서 가능하면 기회비용은 최소화하고 만족은 극대화하려 노력한다.
잘못된 선택은 후유증을 낳는다. 문제는 후유증이 오래간다는 점이다. 경제원칙에 따른 요인과 기회비용을 두루 고려한 선택이라야 후회를 줄일 수 있다. 선택할 때 고려사항이 하나 더 있다. 눈에 보이는 직간접비용 외에도 보이지 않은 비용(invisible cost)이 있다. 바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는 개념이다. 하나를 선택함으로 발생하는 현 시점에서 포기해야 하는 가치가 기회비용인 것이다. 기회비용은 절대적이라기 보다 상대적이며, 소비재 등 재화 뿐 아니라 시간과 명예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외에도 선택과 무관하게 이미 발생하여 경제적 의사 결정에서 고려되지 않는 비용도 있다. 경제학 용어로 매몰비용(sunk cost)이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피해와 손실이 이에 해당한다. 들어간 투자액과 비용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선택을 바꾸지 못한다. 주식투자가 그렇고, 제약업계의 신약개발에서도 매몰비용은 존재한다. 신중한 선택이 중요하지만 과감히 버리는 선택도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신상품에도 소비자들의 선택은 중요하다. 기능과 디자인이 개선된 신상품이 개발·출시되어 다양한 마케팅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히트상품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과 시행착오도 거친다. 직장인은 물론 학생들도 많이 애용하는 포스트잇(Post-it 사무용 접착메모지)의 사례다. 포스트잇은 미국 회사 3M 에서 발명된 사무용품이다. 값진 실패가 성공으로 이어진 우수사례다. 당초 초기에는 접착제를 개발하려고 한 제품이다. 보다 더 강력하고 떨어지지 않는 접착제 개발이 목표였다. 개발자인 스펜서 실버는 접착제가 뛰어나게 성능이 좋지 못해서 빛을 못 봤다. 그러던중 스펜서 실버의 동료 아서 프라이가 교회 성가대로 활동하다 이런 생각을 했다. "쉽게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접착제가 없을까? "찬송가를 부를 때 서표를 끼워 넣으려다가 서표가 너무 쉽게 빠져나가는 것에 착안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포스트잇은 실패가 낳은 성공사례인 셈이다. 실패경험은 성공의 자산이 된다."성공은 실패의 기반 위에 탄생한다"라고 말한 빌 게이츠의 말이 떠오르는 이유다.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크게 바꾸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성숙하고 책임있는 선택이 필요한 시기다. 얼마 전 광화문 교보문고에 내걸린 글자판의 문구가 눈길을 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 꽃은 멈춤의 힘으로 / 피어난다"오늘 우리는 어김없이 주어진 하루하루 일상에서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잠시 멈춤이 좋은 선택일 듯 싶다. 거리두기에는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