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 청사진 업계 기대감 '쑥'...'장밋빛 전망' 우려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7.20 16:05

정부 그린뉴딜 발표에 공기업·민간기업 잇단 맞장구...대체에너지원 성장 주목

"원자력 5배 육박 발전 비용 대폭 축소, 거센 주민 반발 극복, 부품 국산화 등도 과제"

▲국내 최대 서남권해상풍력 실증단지.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해상 풍력발전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친환경 대체 에너지원(源)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20일 정부와 관련 학계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의 최근 그린 뉴딜 발표와 발전 청사진 제시, 의지로 보면 풍력발전 산업의 급성장을 기대할만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서남권 해상풍력단지를 방문해 해상풍력발전 육성을 선언했다. 

정부는 에너지 정책 장기 비전 ‘재생에너지3020’대로 오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발전용량을 12기가와트(GW)대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위해 13개 권역에서 풍황 계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리나라 해상풍력 자원 잠재량이 33.2GW이고, 인천 덕적도 일대 해상에서만 총 6GW의 풍력발전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한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발전 공기업은 물론 민간 기업들까지 곧바로 맞장구 치고 나섰다.

중부발전·남부발전, 두산중공업·세진중공업 등이 잇따라 풍력발전 사업 확대·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학계, 업계, 전문가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런 청사진이 장밋빛 계획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현재 국내 풍력발전용량은 124메가와트(㎿)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정부의 2030년 풍력발전용량 목표 12GW에 비하면 불과 1% 수준이다. 아직 국내 풍력발전 산업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해상풍력발전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우리나라의 입지 자연환경이 적합하다고 할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해상풍력발전의 입지 발굴, 반발 주민 설득 및 참여, 송전선로 구축, 생태계 확장 과정의 부품 자립도 확보 등 풀어야 할 과제들도 만만찮다는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해상풍력발전은 자원이야 많지만 수확하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 "해상풍력 발전비용, 원전의 5배 육박...경제성 의문"


해상풍력발전의 핵심부품은 대부분 외국산이라 단기간 보급확산과 국산화·일자리 창출 등 산업 생태계 육성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정부는 그린 에너지 과제를 언급하면서 "태양광과 풍력(육상·해상)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R&D)과 실증사업, 설비보급 확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그린에너지 분야에 오는 2022년까지 4조5000억원을 투입, 일자리 1만6000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2025년까지 11조3000억원 규모로 사업비를 늘려 일자리 총 3만8000개를 생성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17일 서남권 해상풍력단지 현장 방문 때 "해상풍력은 다른 발전에 비해 최대 10배에 이르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조선산업, 철강산업, 건설산업에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한 풍력발전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주요 풍력사업자들은 풍력발전기의 주요 부품인 블레이드(풍력발전기의 날개)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블레이드는 풍력 발전기 원가의 약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내구성 높은 국내 블레이드가 생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금 같은 국산화 수준에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한다면 일자리는 제품을 수입해 오는 외국에 더 많이 창출되고 정작 국내에는 설치, 청소, 경비, 운영 등 부가가치가 낮고 젊은이들의 관심이 적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며 "지난 3년 동안 국내 태양광산업은 하나 둘씩 문을 닫았고 값싼 중국산 저가 태양광 패널이 보급됐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책 없이 태양광 충분히 했으니 이제는 풍력에 집중하자는 식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풍력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비슷한 원전과 비교해 발전 단가가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 단가가 높으면 국민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전기요금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수심이 50m를 넘으면 시공비가 많이 들고 생산한 전력을 육지로 보내는 이송비가 늘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해상풍력은 투자 비용 회수 기간이 길고 시간대와 상황에 따른 이용률이 천차만별이라 효율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해상풍력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킬로와트시(kWh)당 280원으로 원전의 5배에 육박한다. 해상풍력발전 용량이 6GW라면 이용률을 30%로 잡아줘도 원자력이나 석탄발전 2GW 발전 수준에 불과하다"며 "편익이 발생한다는 것도 맞지 않을 뿐더러 발생하더라도 그 편익은 전기요금 인상을 동반할 수 밖에 없다. 즉 그 편익은 전기 소비자인 국민이 지불해주는 돈"이라고 설명했다.


◇ "어민 피해, 해양 환경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


전문가들은 정부 계획대로 12GW 해상풍력 시설이 들어서면 여의도 면적의 1000배에 가까운 2800㎢ 해역에서 선박 운항이 막혀 어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해상풍력 사업은 이미 전국 54개소에서 추진 중이지만 계획의 68%가 전남 해안에 분포하고 경남 해안까지 합하면 80% 이상이 전남·경남에 몰린다. 이미 조업구역 축소를 우려한 어민들의 반발도 극심하다. 어민들에 따르면 전남도가 신안에 추진 중인 8.2GW 해상풍력 발전단지나 서남권 해상풍력발전단지는 풍력발전기가 1000개 이상 설치되는데 그러면 주변 500m 이내는 항해가 불가능하고, 어장 면적 축소가 불가피하다. 도가 해상풍력발전을 주민주도형으로 일정소득을 주민과 공유한다고 했지만 어민들의 반대입장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발전기와 케이블 등을 설치하면 주변 해역 생물 서식에 영향을 끼치거나 화학물질 누출 가능성, 소음·진동 등 환경 피해 우려도 적잖다고 환경단체들은 주장한다. 환경 위험을 이유로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과 상충된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확대하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 화력 탓에 국제 사회는 우리를 ‘기후악당’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도 우리의 그린 뉴딜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어떠한 목표나 실행 방안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제주도의 해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풍력이 제주도의 전력 수급 체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제주도의 풍력 발전기는 90차례나 가동 중단을 해야만 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가장 큰 난관인 입지발굴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 13개 권역의 풍황계측, 타당성 조사 지원, 배후·실증단지의 단계적 구축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영광에 실증단지 등을 구축할 예정이다. 고정식·부유식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구축을 위해 전남 등 전국 13개권역의 풍황을 계측하고, 타당성 조사를 지원한다. 이후 배후·실증 단지를 단계적으로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 기업 사용전력 100% 풍력·태양광 의무화 실효성 "글쎄"


정부는 풍력발전 육성과 함께 기업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토록 하는 ‘RE100’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에너지업계에서는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제조기업 관계자는 "제조업에서 재생 에너지를 100% 사용한다는 RE100은 국제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며 "재생 에너지만으로 어떻게 공장을 가동을 수 있는가? 밤에는 어떻게 하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고 반문했다.

전지성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