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이미 임대료 인하하고 있어…내용증명 기다려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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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타워 상인들이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차임감액(임대료인하)청구권 행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권혁기 기자] 서울 동대문 인근 두산타워(두타몰) 상인들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임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임대료 인하 청구권을 행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이 급감한 데 따른 결정이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이미 지난 2월부터 두타몰 상인들에게 임대료를 인하해주고 있다며 상인회의 내용증명을 기다려본다는 입장이다.
두산타워 입주상인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진보당 서울시당, 맘상모(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감액청구권 행사 결과가 고통받는 상인들의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월세 감액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상임법 개정 법률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번 두타몰 상인들의 청구권 행사는 법 개정 이후 첫 사례가 됐다.
상인들은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끊기자 외국 관광객을 상대하는 동대문 상권 특성상 매출액이 80∼90% 감소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정현 상인회 비대위 총무는 "한 달 매출이 200만원이 안되는데 월세가 1000만원이나 나가는 상황이고 위약금 때문에 퇴점조차 쉽지 않다"며 "설령 50%를 감면해준다고 해도 빚을 내야 하는 게 현재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두타몰 6층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또 다른 상인은 "매달 1000만원씩 빚을 지며 버티고 있지만 더는 버티기 힘들다"며 "현시점에 맞는 임대료 조정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오인환 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차임 감액 청구권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도 있었지만 한 번도 공식적으로 행사된 적이 없다"며 "건물주와 싸우기도 어렵고 소송까지 가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지만 법 개정 취지에 맞춰 국회와 정부를 믿고 행사한다"고 밝혔다.
상인들은 이날 두산타워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부동산 전문 투자업체 마스턴투자운용에 두산타워 소유권 매각을 결정한 바 있다. 처분 예정 일자는 오늘(28일)이다. 두타몰 임대 운영권은 두산그룹이 보유한다는 조건이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난 2월 코로나19 초기 20% 임대료를 감면했다. 착한 임대료 운동이 나오기 전 그룹 차원에서 실시한 선제적 조치였다"며 "3월과 4월에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을 하면서 임대료 감면을 50%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5월에는 그룹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임대료 인하율을 30%로 조정하고, 나머지 20%는 그룹 정상화 이후로 유예한다고 상인들과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두산그룹은 임대료 인하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외국인 유입 감소로 동대문 상권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두타몰 이외 다른 상가들한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