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에 원유시장 또 위축…러시아發 호재 불구 국제유가 '미끄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0.26 15:00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확산하자 이에 민감한 원유시장이 또 다시 위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주요 산유국 연대체)의 핵심 회원국인 러시아가 내년 예견된 증산을 미룰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원유 시장에 뜻밖의 호재가 발생했지만, 코로나19발 수요 둔화 우려가 해소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전 세계에서는 가을·겨울철 코로나19 재확산이 현실화되면서 확진자 수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폭풍에 휘말린 미국의 경우, 미 존스홉킨스 집계 기준 신규 확진자는 23일 8만 3757명, 24일 8만 3718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50개 주중 29개 주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이달 들어 역대 최대로 치솟았다. 역대 최대 신규 환자가 발생한 주는 오는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배를 결정할 오하이오,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5곳도 포함됐다.

25일에는 월드오미터 기준 확진자 수가 6만 889명을 기록하면서 확산세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약 4만명 대를 기록한 지난 9월과 비교하면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에서도 코로나19 2차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5일 신규 확진자가 5만 2010명 늘어 24일의 역대 최대 기록인 4만 5422명을 넘어섰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인구 69%가 거주하는 본토 54개 주(데파르트망)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로 야간 통행 금지 조치를 확대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각국 정부가 봉쇄조처로 전염병 확산 제동에 나섰다. 스페인은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이동을 제한하는 국가경계령을 발동했다. 국가경계령을 발동한 것은 지난 3월 13일부터 6월 21일까지 1차 봉쇄 이후 7개월 만이다.

이탈리아에서도 25일 신규 확진자가 2만 1273명 늘어 2만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 정부는 음식점·주점의 영업시간을 저녁 6시까지로 제한하고 영화관·헬스클럽·극장 등을 폐쇄하는 ‘준 봉쇄’ 수준의 강도 높은 제한 조처를 발표했다. 이 조처는 26일부터 내달 24일까지 효력을 발휘한다.

이처럼 확진자가 세계적 재급증 양상을 보이면서 원유시장은 계속해서 코로나19 확산세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3, 4월 전염병에 따른 원유수요 불안이 유가를 폭락시킨 핵심요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로 수요회복 속도에 대한 우려가 이전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이달 중순부터 배럴당 40달러 선 위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유행하면서 23일 배럴당 39.85달러로 고꾸라졌다.

▲사진=네이버금융


또 WTI 가격은 한국시간 26일 오후 3시 기준 인베스팅닷컴에서 전 거래일 대비 2.23% 하락한 38.96달러까지 내려왔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수석 애널리스트는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격을 짓누르고 있다"며 "백신이 언제 상용화될지, 일상 생활로의 복귀가 언제 가능할지, 봉쇄 조치가 또다시 발표되는지 등이 공급축소의 요인들과 힘 겨루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OPEC+ 감산합의에 대한 러시아의 최근 입장이 원유시장의 호재로 작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유가가 지금까지도 힘을 못쓰고 있는다는 건 시장 참여자들이 공급 축소보단 수요둔화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2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감산 합의에 어떤 것도 바꿀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면서도 "그러나 감산을 현행대로 계속 이어가고 당초 계획했던 것처럼 내년부터 감산 폭을 줄이는 방안을 철회할 수 있는 점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필요할 경우 추가 감산에 대한 다른 회원국들의 결정을 수용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가 원유시장의 침체에 맞서 전례 없는 감산을 계속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비요나르 톤하우젠 원유시장 책임도 "원유시장의 긍정적인 요인은 러시아발 소식밖에 없다"고 말했다.

OPEC+는 코로나19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과 유가 하락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4월 화상회의에서 5∼6월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하고 각 산유국에 감산량을 할당했다. 이후 OPEC+는 6월 30일이 시한이던 하루 970만 배럴 감산을 7월 말까지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8월부터 12월까지는 하루 770만 배럴, 2021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는 하루 58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약속했지만 코로나19의 2차 파동과 원유수요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내년부터 예견된 증산이 시기상조라는 의문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키움증권 심수빈 연구원은 "만약 코로나19 확산으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에 위태로운 움직임을 지속한다면 OPEC+이 유가 안정을 위한 감산 의지 표명이나 추가 대응 방안 등을 언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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