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의 석유 저장시설(사진=로이터/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지역에 대한 5월분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을 대폭 늘릴 전망이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산 원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대부분의 원유를 중동으로부터 수입해오기 때문에 OSP 인상은 정제 마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 아람코가 아시아로 수출하는 5월 인도분 아랍 경질유 OSP를 배럴당 5달러 가량 더 인상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인상폭은 블룸버그는 5개 정유사와 트레이더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후 중간 값을 추정한 결과다.
OSP는 사우디 아람코가 아시아로 수출하는 원유에 대해 두바이와 오만 유종의 평균 가격에 할인·할증을 붙여 결정된다. 즉, ‘원유+OSP’로 최종 가격이 결정되는 만큼 OSP가 높아진다는 것은 아시아 등에 원유를 수출할 때 더 비싸게 판다는 뜻이다. 사우디 OSP는 통상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등 걸프만 석유 생산국들이 아시아 수출가격을 책정하는데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앞서 아람코는 이달 초 아시아에 대한 4월 아랍 경질유 판매 가격을 4.95달러 어치 올린 바 있다. 여기에 5월 공식 판매가가 블룸버그 전망대로 인상될 경우 사우디가 아시아에 판매하는 원유 가격 프리미엄은 10달러에 육박한다. 이는 블룸버그가 2000년 집계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5월 공식 판매가는 아람코가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사우디가 공식 판매가를 올리는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우디산 석유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에서 발생한 분쟁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서방은 물론 일본과 한국의 수요를 위축시켰다"며 "이로 인해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들이 주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OSP 인상은 중동 산유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정유업체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의 정제 마진이 원유도입 비용 증가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정유업계가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는 배경에는 국제유가가 연초대비 급등한 것도 있지만 OSP 하락세가 정제 마진 개선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사우디 아람코는 지난 1월 아시아 수출용 판매 가격을 작년 12월 대비 0.6달러 인상한 3.3달러로 결정했지만 2월과 3월에는 OSP를 각각 2.2달러, 2.8달러로 내렸다.
그 이후 4월에 대한 아시아 판매 가격을 5.0 달러로 이달 초 인상시킨 데 이어 5월에는 무려 10달러 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정유업계의 호실적 추세가 앞으로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는 오는 31일 회의를 열고 증산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국제유가가 여전히 100달러선을 웃돌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OPEC+가 5월에도 하루 40만 배럴의 원유를 증산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