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반도체 힘못쓰는 한국…삼성전자 '반도체 비전 2030' 어디까지 왔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05 12:30

한국 비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3.3%…주요국 중 최하위
삼성전자, 2019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 '반도체 비전 2030' 선언
시스템 반도체 매출 지난해 연 30조원까지 급증…1위 대만 TSMC와 격차 더 커져

0905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에너지경제신문 여이레 기자] 지난해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3.3%로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해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분야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1위를 수성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23.88%, 시스템 반도체 비중은 76.12%로 시스템 반도체가 더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또 메모리 반도체는 맞춤 주문 형태로 사전에 확정 계약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와 달리 경기 불황기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칩을 구매하는 회사가 여러 제조사에 필요한 물량을 중복으로 선주문한 뒤 시장 상황에 따라 구매를 취소하는 일도 빈번하다.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을 목표로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한 바 있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설계(팹리스), 파운드리 등을 종합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1년 삼성전자는 기존 133조원에 38조원를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총 171조원 규모다.

이 같은 투자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작년 시스템 반도체 매출은 연 30조원까지 급증했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주요 축인 파운드리는 100조원이 넘는 수주 잔액을 확보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지 4년이 흘렀지만 1위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와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TSMC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전통 강호’로 꼽힌다.

작년 4분기 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5.8%로 1위 TSMC(58.5%)에 42.7%포인트 뒤졌고, 3위 대만 UMC(6.3%)에 9.5%포인트 앞섰다. 4년 전보다 1위와 10.7%포인트 더 벌어진데 이어 3위와의 간격은 0.7%포인트 좁혀졌다.

김경준 전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은 "지금은 비전 2030 선포 후 4년간 TSMC를 따라잡지 못한 이유를 냉정히 돌아보고 과감한 경영 전략을 구사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한편,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대한 국가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3월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의 첫 번째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강화 이행전략을 발표한 바 있으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같은 추상적인 목표를 담은 현 정책을 보완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미중 패권 경쟁으로 촉발된 ‘반도체 전쟁’ 시대에 우리 정부와 기업이 비메모리 산업 발전을 목표로 자원 투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대한 국가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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