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한텐 어떻게"...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각국, 입은 ‘평화’ 손은 ‘주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19 20:45
PALESTINIAN-GAZA-ISRAEL-CONFLICT

▲가자지구 남쪽 라파에서 이스라엘 폭격으로 연기 기둥이 피어오르는 모습.AFP/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2주째로 치닫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숨 가쁘다.

각국은 사태 종식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한편, 여파가 자국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가장 적극적으로 사태에 개입하고 있는 국가는 초강대국이자 ‘이스라엘 맹방’ 미국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전격 방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하고 사태 대응책을 논의했다.

비록 8시간 정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서방 중심국이자 이스라엘 맹방인 미국 정상이 전쟁 통에 직접 현지를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무게가 실렸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하마스를 향해 강력한 경고장을 날리면서 최근 갈등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병원 공습 참사에도 이스라엘 측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를 통한 구호품 반입에 대한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합의를 중재함으로써 존재감을 발휘했다.

반면 미국과 국제사회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중국은 사태의 빠른 종식을 기원하면서도, 중동에 대한 입김 확대에 나선 모양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중국을 찾은 모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를 만나 "분쟁이 확대돼 통제 불능에 빠지거나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빨리 휴전하는 게 급선무"라면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지지하는 ‘두 국가 방안’(兩國方案)을 해법으로 강조했다.

미국이 전통적 우방인 이스라엘에 연대를 선언하고 곁에 선 틈을 타 중국은 중동 중재 외교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수립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으나, 사우디는 이번 전쟁으로 이를 중단했다.

반면 중국은 올해 초 숙적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중재해 외교관계를 복원시키며 ‘중동 해결사’ 역할에서 이미 성과를 낸 상황이다.

시 주석은 이날도 "이집트 및 아랍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전면적이고 정의롭고 지속적인 해결을 조속히 추진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도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더 큰 역할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야심을 이미 드러냈다. 미국과 대조적으로 정직한 중개자의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중국과의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 역시 ‘팔레스타인 주권국’이라는 해법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며 힘을 싣고 있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CNS)의 한나 노테 연구원은 "러시아는 중동 평화 프로세스를 지배하려는 미국을 못마땅하게 여겨 왔다"며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국교 정상화가 어긋날 경우 러시아에 부수적인 이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서방국들은 중심인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가 공고한 상황이다. 다만 이에 항거하는 테러 집단에 대한 경계심도 높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이어 텔아비브에 도착, 네타냐후 총리와의 면담하고 이스라엘 지지 입장을 보였다.

지난 17일 유럽연합(EU) 중추국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도 중동 순방에 나선 뒤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하고 양국 간 ‘단합’을 강조했다. 이어 이집트로 향한 숄츠 총리는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을 마주한 뒤 인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반대로 중동과 지중해를 공유하는 이탈리아는 자국에 대한 테러 위협에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후 역내에서 폭력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며 오는 21일부터 열흘간 슬로베니아와의 국경 통제를 복원키로 했다.

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는 모두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이탈리아의 국경 통제 조치는 EU의 국경 자유 왕래를 규정한 셍겐 조약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자유 통행의 보호막을 악용한 테러 분자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 통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과 프랑스·벨기에 테러 사건을 계기로 셍겐 조약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국경 통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우리의 국경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동 주변국도 분주한 외교전을 이어갔다.

특히 이집트와 요르단 등은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는 등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만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보다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는 점에서 다른 접근법을 보이는 모습이다.

평화 정착이라는 점에서는 서방과도 뜻이 일치하지만, 이집트는 가자지구 남부 ‘생명줄’ 라파 검문소 개방 여부와 관련해서 피란민 수용을 거부하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요르단도 같은 입장이다.

이들 두 국가는 내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영구히 좌절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자신들 영토로 몰아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군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에 하마스가 더 이상 없을 뿐만 아니라 가자지구 영토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하마스를 물밑 지원하는 이란, 친이란 세력 헤즈볼라가 자리 잡은 레바논과 시리아 등지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이번 사태의 해법은 복잡다단한 고차방정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hg3to8@ekn.kr

안효건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