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초저출산 두면 2050년 성장률 0% 이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03 13:57
초저출산

▲자료=한국은행.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를 방치할 경우 2050년대에는 0% 이하의 성장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초저출산의 주요 원인은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고용·주거·양육 불안 때문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3일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15∼49세 사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217개 국가·지역 중에서는 홍콩(0.77명) 다음으로 최저다.

출산율 하락 속도도 가장 빨라 한국의 1960∼2021년 합계출산율 감소율(86.4%·5.95→0.81명)은 217개 국가·지역을 통틀어 1위다.

이같은 추세라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지난해 기준 17.5%에서 2025년 20.3%로 초고령사회(고령인구 비중 20% 이상)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46년에는 일본을 넘어 OECD 회원국 중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큰 나라가 되고, 2062년에는 홍콩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산율 모형 분석 결과 정책 대응이 없을 경우 2070년에는 90%의 확률로 연 1% 이상의 인구 감소가 발생하고, 같은 확률로 4000만명 이하로 총 인구가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런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추세성장률이 0%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은 2050년 50.4%, 2059년 79%로 높아진다. 2050년대 전체 평균으로도 ‘성장률 0% 이하’ 확률이 68%로 추정된다.

초저출산 문제는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불안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15∼29세 고용률은 지난해 기준 46.6%로 OECD 평균(54.6%)보다 낮다. 대학 졸업 나이와 결혼 연령대를 고려해 25∼39세 고용률을 봐도 한국(75.3%)은 OECD 평균(87.4%)을 12.1%포인트(p)나 하회한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등 청년 일자리의 질도 악화됐다. 15∼29세 임금금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31.8%에서 2022년 41.4%로 9.6%p 뛰었다.

46개국 MZ세대(1983∼2003년생) 2만3200명 대상의 국제 설문조사(딜로이트 주관)에서 생활비를 가장 우려한다고 대답한 한국 MZ세대(45%)가 전체 글로벌 평균(32%)보다 높았다. 반면 ‘재정적으로 안정됐다’는 답변 비율은 한국(31%)이 전체 글로벌 평균(42%)보다 낮았다.

전국 25∼39세 남녀 2000명(미혼자 1000명·기혼자 1000명) 대상의 설문·실험에서는 체감 경쟁압력이 낮은 집단의 희망 자녀수(0.87명)가 체감 경쟁압력이 높은 집단(0.73명)보다 0.14명 많았다.

주거·교육·의료비 관련 각 질문을 먼저 던져 비용 요인을 연상시킨 뒤 결혼 의향을 물어보자 주거비 정보를 접한 미혼자 그룹의 결혼의향 비율(43.2%)이 전체 미혼자 평균(47.2%)보다 낮았다.

취업자의 결혼의향 비율(49.4%)은 비취업자(38.4%) 보다 높았는데, 비정규직(36.6%)의 경우 비취업자보다도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자녀 지원에 대한 의무감이 큰 그룹(자녀 혼인 이후까지)의 결혼의향율(43.7%)은 의무감이 작은 그룹(고교 졸업까지·50.6%)을 밑돌았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OECD 35개국(2000∼2021년) 패널 모형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출산 여건이 OECD 34개국 평균 수준으로 개선되면 합계출산율이 얼마나 높아질 지도 분석했다.

2019년 기준 지표를 기준으로 한국의 도시인구집중도(431.9%)가 OECD 평균(95.3%)까지 떨어지면 합계출산율이 0.414명 상승했다.

청년(15∼39세) 고용률(2019년 기준 58%)이 OECD 평균(66.6%)까지 올라도 0.119명의 증가 효과가 기대됐다.

이밖에 혼외출산비중(한국 2.3%·OECD 43%), 육아휴직 실이용기간(10.3주·61.4주), 가족 관련 정부 지출(GDP대비 1.4%·2.2%), 실질 주택가격지수(104·100)가 모두 OECD 평균 수준으로 조정되면 출산율이 각 0.159명, 0.096명, 0.055명, 0.002명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원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하향 안정, 수도권 집중 완화, 교육과정 경쟁 압력 완화 등의 ‘구조 정책’을 가장 중요한 저출산 대책으로 꼽았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정부의 가족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해 양육에 대한 부담과 불안을 낮출 필요가 있으며,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이 될 수 있도록 육아휴직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노력으로 출산율을 약 0.2명만 올려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평균 0.1%p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송두리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