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 사이 입소문? 약국에서 ‘1초당 5999원’ 긁은 황당한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2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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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일러스트레이션.기사내용과 무관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일부 약사들이 신용카드 포인트 혜택을 부정결제에 사용해 카드사가 정지 조치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이와 관련된 고객 890명에 대해 개별 안내 및 소명 절차를 거쳐 신용카드를 29일부터 정지할 예정이다.

앞서 신한카드는 고객 거래 유형을 모니터링한 결과 약사들이 자신과 지인, 가족 등의 카드를 부정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

문제가 된 카드는 5000원 이상 결제하면 1000원 단위 미만 금액을 모두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카드였다.

부정사용 유형으로는 약사들끼리 협업해 A약국 주인이 B약국에서, B약국 주인이 A약국에서 매일 5999원씩 결제하는 사례, 특정 제약 도매몰 등에서 10명가량 고객이 매일 5999원씩 결제하는 사례 등이 꼽혔다.

이 경우 매일 카드번호별 승인 순서가 동일하고, 승인 시간 간격은 1∼2초에 불과해 한 사람이 카드번호를 모아놓고 일정 순서에 따라 계속 결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카드가 파악한 890명은 전부 약사 혹은 약사 지인·가족들이다. 본인 가맹점을 직접 소유하고 있으면서, 도매몰 등에 카드 결제를 하게 할 수 있다는 직업적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방식으로 약사 1명이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포인트를 적립한 경우도 여러 건으로 확인됐다. 한 가맹점에서는 1일 1회밖에 포인트가 적립되지 않으므로, 산술적으로 하루에 30개가 넘는 가맹점에서 매일 5999원씩 결제해야 한 달 포인트를 100만원 넘게 쌓을 수 있다.

신한카드는 이들이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에 위반되는 사용 행태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고객이 속한 자택·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특정 가맹점을 통해 매일 비슷한 시간 결제가 일어나는 행태 등을 고려한 것이다.

결국 이들 사례가 카드를 양도·양수하거나 물품이나 용역 없이 신용카드로 거래한 것처럼 꾸며 여전법 등을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도 신한카드에 가맹점을 해지당한 일부 제약몰 등이 ‘가맹점 지위 보전 가처분신청’을 제기하자, 이를 기각한 바 있다.

해당 가맹점들은 신한카드에 가맹점 번호를 여러 개 신청해 고객들이 특정 카드로 가맹점 번호에서 하루에 한 번씩 5999원을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신한카드는 매출전표 1매로 처리할 거래를 거래일자를 변경하거나 거래대금을 분할하는 등 방법으로 2매 이상 매출전표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약관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이런 행위가 1개 가맹점에 1일 1회 혜택만 제공하고자 했던 카드사 정책을 우회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며 가맹점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사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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