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LOI 접수에 대형 PEF 등 몰려
실적 상승에 몸값 입증 성공했단 평가도
신한·하나 등 지주 참전 가능성 열려있어
“매물 현황·PMI 측면에서 볼땐 회의적”
매각 작업에 본격 착수한 롯데손해보험의 첫 성적표가 흥행을 기록한 가운데 유력한 원매자로 거론되는 금융지주사들이 취할 태도에 이목이 모인다.
'몸값 입증' 성공한 JKL, 탄탄한 원매자들 줄 세웠다
25일 금융·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이 지난 23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결과 국내 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해 블랙록·블랙스톤·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매각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매자들은 다음 주부터 상세 실사를 진행한 뒤 6월경 본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롯데손보 인수전은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와 국내 금융지주사 등 대거 참전으로 인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전까지는 몸값에 대한 입증 부족 등의 이유로 초반 흥행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었다. 매각 측은 현재 1조원대인 시가총액의 두 배가량을 웃도는 2조원 이상을 최대 매각가로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은 지난해 연간 실적을 나타내기 전까지 2020년과 2022년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했다.
일각에선 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어느정도 몸값을 입증하는 등 본격 매각 태세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손보는 장기 보장성보험 위주로의 고강도 체질 개선 끝에 지난해 당기순이익 3016억원을 달성했다. 출범 이래 최대실적을 기록하며 JKL파트너스가 기업가치 향상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잠재적 원매자로 꼽히는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취할 태도에 이목이 모인다. 금융지주사들은 리딩뱅크 경쟁 대비와 비은행강화 기조가 짙어지는 등 보험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상황이다. 금융지주사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출사표를 던졌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보험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아 유력한 원매자로 꼽혀왔다.
이번에 참여하지 않은 금융지주사들의 참전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롯데손보라는 우량 보험사를 사들여 현재 그룹 기여도가 낮은 비은행권의 실적 개선을 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760억원가량 적자를 기록해 지주사 실적에 발목을 잡았다. 2년간 손실규모만 1400억원에 달해 자회사 편입으로 인한 지주 기여도는 마이너스를 가리키고 있다. 하나생명 순익은 54억 원에 그쳤다. 하나금융은 하나손보와 하나증권 등 자회사 영향으로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한 3조4516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KDB생명의 인수를 추진한 만큼 보험업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체감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생명보험사로 신한라이프를 인수해 순항 중이지만 손보업에서는 신한EZ손해보험의 지속된 적자로 손보업 보강이 필요한 상태다. 다만 내부적으로 검토를 거쳤으나 포트폴리오 확대보다 내실경영에 집중하기로 방향성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KB금융지주의 경우 롯데손보를 품어 초격차 리딩금융 지위를 노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와 관련해 선을 그었다. KB금융 관계자는 “롯데손보 인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주사 적극성엔 글쎄…결합 후 시너지도 중요"
한편으론 금융지주사들의 적극적인 인수의향에 있어 기대감보다 의구심에 무게감을 두는 시각도 적지 않다. 크게는 정부가 지주사들을 향해 주주환원 확대와 충당금 확보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다 주가연계증권(ELS)배상 등으로 사모펀드와 달리 자금 운영상 각종 셈법이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가 지주사들을 움직이게 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굵직한 원매자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매각 측에선 몸값을 올릴 수 있는 재료가 되지만 그 자체로 위협적인건 아니다"며 “대형 사모펀드가 관심을 가질만한 우량 매물 자체가 너무 부족하기에 몰릴수 밖에 없는 측면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사모펀드와 금융지주가 인수하려는 목적성이 다르니 무조건 좋게 본다는 시각에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가 기존에 지닌 보험사들과의 시너지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M&A는 두 회사의 시너지를 고려하는 것인데 인수 후 두 회사가 화학적 병합에 들어가는 인수 후 통합 작업(PMI) 과정에서 결이 맞지 않을 수 있다"며 “혹자는 하나손보의 경우 롯데손보와 포트폴리오가 겹치지 않아 가능하다고 보는데 교직원공제회가 기반이었던 하나손보와 결을 맞춰봐야 한다. 신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에 실매수 의중이 있느냐에도 물음표다. 이 관계자는 “우리금융도 반드시 사야겠다는 입장이라기보다 우선협상자 선정 등 이어지는 딜을 통해 일단 가격을 보겠다는 것으로 보이며, 자금 계획에 어긋나는 시장가에선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 또한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은 점이 망설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또한 과도한 경쟁으로 베팅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우리금융은 “실사를 통해 가격 등이 우리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살펴볼 예정이며 검토 결과에 따라 적정 가격 이상의 지출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