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암 진단비 상품 판매 중단
단기납 간병보험 환급률 개정
경영인정기보험 소비자경보 발령
업계 “제재 잦아”·당국 “손해율 우려”
유사암이나 소액암 진단비를 많이 주는 보험상품이 금융감독원의 제지에 따라 판매가 중지됐다. 반복되는 과당경쟁과 관련해 금감원은 보험사 건전성 저해를 우려하는 한편 업계에선 금감원의 잦은 제재가 영업 위축으로 이어진다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유사암 진단비 상품·단기납 간병보험 '제동'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갑상선암이나 기타 피부암 등 유사암 진단비를 2000만원까지 보장하는 보험상품이 금융당국의 제지를 받고 판매 중지에 들어갔다.
지난달 초부터 삼성화재, 롯데손보, 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들은 유사암·소액암 진단비로 2000만원을 지급하는 암보험 보장 상품을 판매했다. 일반암보다 유사암이나 소액암에 속하는 암과 관련해 진단비를 20배 가량 더 많이 주는 보험상품으로, '만원대 보험료로 유사암 진단비를 2000만원 챙겨갈 수 있다'는 광고 등이 성행하며 판매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에 금감원은 판매 과열과 불완전 판매를 우려하며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제 동을 걸었다.
일반 암보험 상품에서 유사암의 경우 일반암 진단비의 10~20%를 지급하는 게 통상적이다. 일반암에 1000만원 보장이라면 유사암은 200만원까지 보장해주는 식이다. 지난 2022년에도 유사암 진단비 관련 과열이 발생하자 금감원이 합리적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하며 이 같은 무언의 공식이 생겨났다. 이번에는 발병율이 낮은 암에 대한 지급액을 크게 높임으로써 상대적으로 유사암 보장을 키우는 방식을 통해 팔면서 경쟁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금감원은 유사암 보험의 보장 한도가 소득보전 수준보다 크게 책정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할 때 더 까다롭게 심사하게 되는 등 보험사기 관련 분쟁이 증가할 것을 우려했다.
한화손해보험은 '고환급률'을 내세운 일부 상품에 우려가 실리자 스스로 상품 개정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한화손해보험이 환급률 125%를 제시해 판매 중인 단기납 간병보험과 관련해 조치를 내렸다. 한화손보는 환급률 120%대를 제공하는 단기납 간병보험으로 '한화 리치 간병보험 3.0'을 판매 중이다. 5년간 보험료를 내고 10년 시점에 해지하면 낸 보험료의 125%를 돌려받는 상품이다.
그러나 금융당국 우려에 출시 석 달만에 환급률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간병보험의 통상적인 납입 기간이 20년인데 반해 이 상품은 5년으로 대폭 축소해 납입 기간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금감원은 해당 상품의 10년 유지 환급률이 125%에 달하면서 보장성 보험임에도 저축성 보험처럼 판매될 가능성이 있는 점과 불완전 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 특정 시점에 해지가 몰릴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화손보는 금감원 제재로 중단된 유사암 상품과는 케이스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이번 개정은 금감원으로부터 정식으로 제재를 받아 최근 판매 중단에 들어간 유사암 관련 상품과 같은 상황은 아니다"며 “고환급률과 관련한 각종 우려 등을 고려해 직접 개정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생보사 잦은 규제에 불만…금감원은 '건전성' 우려
생보업계에서는 경영인정기보험에 대한 규제 카드가 제시됐다. 지난달 17일 금감원은 경영인정기보험에 소비자 주의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경영인정기보험은 중소기업 대표 등 법인의 임원을 피보험자로 두고 사망 보험금 등을 지급하는 보장성 보험이다. 최근 생보업계에서 높은 환급률을 강조해 영업 경쟁이 일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소비자 경보 당시 해당 상품이 저축상품이 아닌 사망 보장성 상품인 점과 해약환급률이 100%에 도달하기까지 10년 이상 소요되는 점 등을 확인할 것을 강조했다.
보험사들은 잦은 제재가 오히려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어 아쉽다는 목소리다. 당국 눈치에 업계에서 개발 의지가 떨어져 상품혁신성이나 창의성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생보업계의 경우 갈수록 어려워지는 업황을 고려할 때 주력상품 중 하나인 정기보험 제재가 판매 위축으로 돌아올 수 있는 점도 우려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제3보험 시장에서 손보사 시장점유율이 높은 상태에서 생보사 주력 판매 상품 중 하나인 정기보험에 제재가 걸리고 불완전판매가 성행하는 것처럼 비쳐져 안타깝다"며 “제재가 잦으면 영업이나 판매 과정상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유사암 보장 상품이나 단기납 간병보험 판매가 과열될 경우 지난해 단기납 종신보험 경쟁 당시처럼 장기적으로 볼 때 보험사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지급 보험금이 늘어날 때 손해율 악화로 이어지며 이는 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암 하나의 진단비를 올려놓고 이의 20%를 유사암 진단비로 설정한다는 것은 기존의 감독당국 권고사항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