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삼양식품 ‘불닭면 리콜’이 던지는 교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7.02 17:15
▲조하니 유통중기부 기자

▲▲조하니 유통중기부 기자

“불닭 신화라지만 결국 불닭 하나로 버티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갑작스런 변수에 회사가 느끼는 당혹감은 더 크겠죠."




최근 식사 자리에서 만난 한 식품업계 관계자가 귀띔해 준 삼양식품 분위기다. 그동안 '너무 매운 덕분에' 잘 나가던 불닭면이지만, '너무 매운 탓'에 처음으로 해외서 리콜 사태를 겪는 삼양식품의 아이러니 상황을 전달한 것이다.


앞서 지난 6월 덴마크 수의학·식품청(DVFA)은 삼양식품의 '2배 매운 핵불닭볶음면', '3배 매운 핵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탕면' 등 불닭라면 3종을 현지 시장에서 리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현지 판매 중인 핵불닭면 3종의 캡사이신 수치가 높아 '급성중독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양식품은 덴마크 정부에 반박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캡사이신 함량 측정이 잘못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해당 제품의 캡사이신 함량이 덴마크 당국 발표수치의 약 4분의 1 수준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불닭면의 해외 리콜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른 지역 전반으로 파장이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뉴질랜드 식품안전국도 지난달 하순 불닭복음면 캡사이신 함량 조사에 착수했다. 다행히 리콜 필요가 없다고 결론이 나 삼양식품은 가슴을 쓸어안았다.




일각에선 삼양식품이 덴마크 리콜 사태를 계기로 '노이즈 마케팅'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부정적 이슈로 해외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려는 홍보 전략이 수출지향형 기업의 이미지에 마냥 좋게 작용할리는 만무하다.


지난해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액은 8000억 원을 돌파했고, 특히 불닭면 비중이 8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불닭면 브랜드와 수출 의존도가 큰 삼양식품에게 이번 리콜 사태는 위기감으로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삼양식품은 리콜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비록 지금은 불닭면이 잘 나가지만, 불닭면 이후 차선책인 '포스트 불닭면' 브랜드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리콜 사태를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불닭면의 매운 맛을 앞세워 재도약에 성공했지만, 한편으론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이른바 '맵부심(매운맛+자부심) 현상'에 편승한 상술을 부채질한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삼양식품이 한국의 매운 맛과 음식을 해외로 전파하려는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더 매운 맛' 경쟁보다 '건강한 매운 맛'의 표준을 제시하고, 선도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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