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넘어 AI까지···한-사우디, 경제협력 확대한다”

대한상의 ‘한-사우디 비즈니스 포럼’ 개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양국 정부와 주요 기업인들이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 소공동 웨스틴조선 서울 호텔에서 '한-사우디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우리나라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자, 중동 지역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 1962년 수교 이후 긴밀한 협력을 이어나가며 교역 규모가 400배 증가해왔다.

이번 포럼은 마지드 알카사비 사우디 상무부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열렸다.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제조업 확대, 디지털 전환 등 산업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와 해당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우리 기업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 측에서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대표(서울상의 부회장), 신상호 코오롱 사장,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 등 기업과 유관기관 관계자 약 270여명이 함께했다.

사우디 측에서는 마지드 알카사비 상무부 장관, 에이만 알무타이리 상무부 차관을 비롯해 수출개발청, 산업광물부, 데이터인공지능청, 교통물류부, 중소기업청, 투자부, 국가경쟁력센터 등 정부·유관기관 관계자와 기업인 80여명이 참석했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환영사를 통해 “197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중동 붐'이 바로 사우디 사막에서부터 시작됐고, 사우디로부터 한국에 공급된 원유는 한국 중화학 공업이 발전하는 토대가 됐다"며 “오늘날 사우디 정부의 경제 다변화 전략 추진에 따라 양국 협력이 기간산업까지 확대되면서 두 나라가 산업생태계를 공유하는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마지드 알카사비 상무부 장관은 축사에서 “한국은 사우디의 주요 투자국 중 하나로서 사우디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양국은 서로가 소중한 동반자로서 그간에 쌓아온 두터운 신뢰를 토대로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미래 협력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사우디는 과거 인프라 건설 중심으로 주로 협력했다.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 인공지능(AI), 스마트팜을 비롯해 스타트업, 방산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 기업 진출 5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회담이 열렸고, 총 156억달러 규모 업무협약(MOU) 및 계약 51건이 체결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양국의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주제 발표에서는 에이만 알무타이리 사우디 상무부 차관이 'Vision 2030'의 개혁과 성과를 발표했다.

'Vision 2030'은 지난 2016년 사우디 정부가 경제구조를 다각화하고 사회·문화적 전환을 이루기 위해 발표한 장기 국가개발 계획이다. 3대 영역(활기찬 사회, 번영하는 경제, 진취적인 국가)을 중심으로 교육 현대화, 친환경 에너지 확대,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 최근 중동 물류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CJ대한통운의 민광성 CBE사업개발팀장이 물류 분야에서의 양국 기업 간 협력 성공사례를 발표했다.

이어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가 좌장을 맡은 패널 토론에서는 '기술 혁신'과 '첨단 제조업·인프라', 두 가지 주제로 양국 기업인과 전문가, 정부 관계자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눴다.

기술 혁신을 주제로 한국 측에서는 하정우 네이버 AI 센터장, 오진욱 리벨리온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사우디 측에서는 데이터인공지능청, 중소기업청, 투자부 관계자가 AI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또 첨단 제조업·인프라를 주제로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위원과 김상훈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사우디 산업광물부, 교통물류부, 수출개발청 관계자와 의견을 교환했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두 나라가 서로의 강점을 살려 경제협력의 지평을 넓혀 나간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기후위기, 공급망 불안정 등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해결할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