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집주인 1만 명 시대…대출 제한 등 부동산 규제 대상 아냐
與野 동시에 입법 착수…“상호주의로 구조 바꿔야”
전문가들 “단순 규제 아닌 제도 전면 재설계 필요” 지적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부가 사상 최강의 부동산 대출 규제를 실시하면서 이를 적용받지 않는 외국인과 내국인 사이에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인은 6억원 이상 대출이 금지되면서 서울 강남 등 1급지에 대한 투자 기회가 봉쇄된 반면 외국인들은 자유롭게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역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규제 개선보다는 형평성과 조세 목적에 맞는 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최근 외국인 부동산 투기 차단을 위한 입법에 나섰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나라 부동산 규제가 외국인에게 너무 관대하다"며 “국민에 유리한 역차별을 막기 위해 관련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일 '부동산 역차별 금지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인에게 자국민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상호주의 원칙'을 명시하고, 기존 단순 신고제를 사전 허가제로 바꾸는 내용이다. 국토부가 외국인 매입 실태를 정기 공표하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정부도 지난 3일 '불법행위 현장점검 강화 방안'을 통해 강남 3구·용산구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거래의 투기 여부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규제에 나선 것은 최근 국내 부동산 매입이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들이 국내인과 달리 최근 발표된 강력한 대출 규제 등에 적용받지 않고 있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 임대인은 1만500명으로 전년 대비 21.2% 늘었다. 이 중 서울 거주자가 5024명(47.8%)이고, 강남구(594명)·송파구(486명)·서초구(420명) 등 고가 주거지역에 몰렸다. 마포, 용산도 집중도가 높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택 소유 외국인'은 9만8581명, 보유 주택은 10만216가구였다. 이 중 중국인이 보유한 주택은 5만6301가구로 외국인 전체의 56.2%를 차지했다. 일부는 매입한 아파트를 고가 월세로 전환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인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외국인의 '투기' 행위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민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보유세, 다주택 중과에 막혀 있지만 외국인은 사실상 무규제 상태로 구조적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금 출처나 다주택 여부도 파악이 어렵고, 실거주 여부 확인도 불가능하다. 국민 주거와 직결된 자산에 대해선 제도적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어 “외국인을 배제하자는 게 아니라 '동일한 규제' 원칙 아래 실효성 있는 제도 적용이 중요하다"며 “이재명 정부가 역차별 구조를 정면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정책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도 “외국인 보유 비중은 0.5%에 불과하지만 강남 등 핵심 지역에 몰리면 시장 왜곡이 커질 수 있다"며 “국민은 규제를 정면으로 맞는데 외국인은 시세차익과 임대수익을 누리고 있는 셈이니 형평성 있는 규제 체계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은 외국인 매입에 세금이나 허가 요건을 엄격히 적용한다"며 “국내 실수요자는 대출과 세금 규제를 받지만, 외국인은 자금조달이나 실거주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최소한 외국인에게도 국민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