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셔틀외교 복원’…한미 정상회담 앞서 숙제 풀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8.24 12:42

한일 정상회담 113분 진행…17년 만에 공동 언론 발표

북핵 대응·미래산업 협력 등 한일 공동 대응 강화

위안부·강제징용 기존 합의 존중…민감 현안 언급 자제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셔틀외교' 조기 복원 등 협력 관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한일 협력 강화는 미국의 동북아 대중·대북 전략의 전제로, 자칫 우리나라의 대미 통상·안보 협상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숙제 풀기를 마친 셈이다. 양국의 실질적 협력 강화로 반도체·AI나 북핵 대응 등에서 상당한 실익이 기대된다는 평가도 있다.




이 대통령은 24일 오후 일한의원연맹 소속 일본 측 정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끝으로 일본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미국으로 출발했다. 현지시간 같은 날 오후 워싱턴DC에 도착해 25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한다.


앞서 전날 이 대통령은 도쿄에서 이시바 총리와 만나 약 113분간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통역 외 1~2인의 배석자만 참여하는 소인수 회담을 62분간 진행했고, 확대 회담도 51분간 벌어졌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양국 협력의 구체적 방향을 담은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공동 언론 발표문이 나온 것은 17년 만이다.



양 정상은 한일 관계 정상화와 협력 강화에 합의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를 재확인했다. 북핵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일 공조 강화에도 의견을 모았다. 안보 협력에 대해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정책에 있어 양국 간 협력을 지속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대화와 외교를 통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중요성도 공감했다.


경제 분야에선 수소,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 등 양국 공동 과제 대응을 위한 당국 간 협의체도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오는 10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렵체) 정상회의와 한일중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다만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나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 폐지 등의 현안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기존 합의를 존중하며, 민감한 현안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숙고하되 협력 가능한 분야는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기간 재일교포 간담회를 열고 현지 경제·문화계 인사와 접촉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미일 협력 강화를 실현했고, 한일 셔틀외교를 조기에 복원한 것이 성과"라며 “우리가 일본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 미국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미국도 한미일 3국 협력 체계 완성을 통해 동북아에서 중국·북핵에 대응하려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한일간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한일간 정상회담을 통해 선제적으로 우리나라가 나서서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 다가올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상·안보 협상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양국이 미국의 관세 협상 등 통상 현안에 공동 대응하는 단초도 마련됐다. 실제로 한일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대미 전략을 일부 공유했다. 위 실장은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의 경제통상 분야를 어떻게 안정화하느냐, 한미동맹을 어떻게 현대화하느냐, 어떻게 새로운 협력의 영역을 개척하느냐 등 3가지가 주요 논의 주제"라며 “한일 정상이 나눈 대화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방문을 마친 뒤 미국으로 이동한 이 대통령은 25일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회담에서는 관세 협상 세부 조율,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등 현안이 논의된다.


한미 양국 재계 인사와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 등 일정도 소화할 계획이다. 순방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방문하고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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