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선불충전금 4275억
선결제 받아둔 ‘동네 식당’처럼 분류
수천억 굴려도 금융감독 ‘사각’
SGI 보증 94% 가입했지만
251억 미반영에 운용 내역도 ‘깜깜이’
국회·당국, 전금법 적용 확대 여부 주목
▲24일 서울 한 스타벅스 영업점 모습.
고객 돈 4200억원을 미리 받아 운용하면서도 금융당국 규제는 받지 않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사업 구조를 두고 제도 공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선불충전금을 기반으로 사실상 금융업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전국 직영 매장이 하나의 사업장으로 묶이는 '단일 가맹점' 구조로 분류되면서 전자금융업 규제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어서다.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선불업 규제가 강화됐음에도, 스타벅스 같은 대형 직영 플랫폼은 제도 밖에 남겨지면서 금융당국 감독 체계가 현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 충전금 운용해 408억 번 스타벅스…“금융업 아니냐" 규제 공백 논란
25일 스타벅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선불충전금 잔액은 4275억6311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950억8377만원)보다 325억원(8.22%) 늘어난 규모다. 선불충전금은 고객이 스타벅스 앱이나 카드에 미리 넣어두는 금액이다. 지난해 한 해 새로 충전된 1조7497억원에서 사용·환불액 1조7172억원을 뺀 325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2020년 이후 이 선불충전금을 은행 예치금과 신탁 등 현금성 자산으로 운용해 최근까지 약 408억원의 이자수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직접 규제는 받지 않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은 발행처와 사용처가 다른 경우에만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규정해 금융당국의 등록·감독 대상으로 분류한다. 스타벅스는 발행처와 사용처가 모두 스타벅스코리아로, 전국 매장을 직영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법적으로 하나의 사업장으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스타벅스 코리아의 선불충전금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같은 등록 선불전자지급수단이 아니라, 선결제를 받는 '동네 식당'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환불 규정 역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 선불카드 잔액을 돌려받으려면 잔액의 60% 이상을 먼저 사용해야 한다.
대기업이지만 골목상권 수준의 규제를 받는 상황이다 보니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꾸준이 제기됐다. 앞서 국회는 2021년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선불업 규제를 강화한 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에도 스타벅스 등 대형 직영 기업을 규제망에 포함할지 논의했으나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제3자 선불금 사용 가능성이 작다는 점, 멤버십·포인트 등 제도 전반에 규제가 과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유였다.
▲21일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서 5공피해자단체연합회,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박종철기념사업회 등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기념일 '탱크 데이' 프로모션을 규탄하며 신세계 계열 상품 불매 상징의식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스타벅스 선불충전금은 전자상거래법상 선수금 규제를 적용받는다. 해당 법령은 선수금의 최소 10% 이상에 대해 상환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서울보증보험(SGI)을 통해 선불금의 94.1%인 4024억5997만원을 보증보험에 가입한 상태로, 법적 의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전체 잔액 중 약 251억원은 보증보험에 반영되지 않았고, 선불금 운용 현황 등 세부 내역은 공시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자금 규모가 커진 만큼 전금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에 미사용 스타벅스 코리아 카드 잔액 반환 지급명령을 신청한 법무법인 이공 양홍석 변호사는 스타벅스 선불충전금의 전금법 적용 가능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적용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전자금융거래법상 조치를 취할 것이냐,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정을 적용할 것이냐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규모를 이유로 한 규제 강화에는 신중론도 내놨다. 양 변호사는 “액수가 크다고 해서 새로운 법률 이슈가 생기는 건 아니다"며 “1억이든 400억이든 동일한 상태라면 동일한 규제를 하는 게 맞고, 사업을 열심히 할수록 규제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는 결제 가능한 곳이 많아 통화 대체 효과가 크지만, 스타벅스는 스타벅스에서만 쓸 수 있어 동일한 방식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며 “다른 지류형·선불형 상품권 사업자들과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공정위 약관 점검·표준약관 개정 검토…불매운동 금융권으로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 이후 정부 압박도 가속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스타벅스 카드 약관에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 약관이 포함돼 있는지를 점검 중이다. 탈퇴 시 잔액 유무와 관계없이 등록된 스타벅스 카드를 모두 해지하도록 한 약관 등이 검토 대상에 올랐다. 공정위는 아울러 60% 이상 사용 시에만 잔액 환불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의 개정 여부도 살피고 있다.
스타벅스 불매운동은 금융권으로도 번졌다. NH농협은행은 논란 직후 올원뱅크 앱에서 NC다이노스 경기 승패 적중 시 지급하던 스타벅스 쿠폰을 다른 업체 사은품으로 교체했다. 광주은행은 본점 각 부서와 영업점에서 진행하던 스타벅스 관련 행사를 중단했고, 신한카드는 '스타벅스 신한카드' 출시 시점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전금법상 스타벅스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요인은 없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업권 전반의 선불충전금 리스크를 점검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행정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