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사진=로이터/연합)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유럽연합(EU)이 캐나다를 첫 '준회원국'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구상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CNBC에 따르면 카니 총리는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제안한 준회원국 구상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캐나다와 유럽은 각각 강하지만 유럽과 캐나다가 함께하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겨냥한 듯 “경제적 통합이 이제 무기화되고 있으며 관세가 압박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금융 메커니즘은 강압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고 공급망은 악용할 수 있는 약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전날 연례 정책연설에서 “캐나다가 EU의 첫 준회원국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문을 열고 싶다"며 캐나다에 준회원국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그렇게 하고 내가 그것을 조금이라도 적대적인 행위라고 판단한다면 유럽에 매우 심각한 관세를 부과하거나 많은 품목에서 유럽과의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EU 준회원국 가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캐나다는 끔찍한 무역 상대국이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협상이 지난달 결렬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 정부도 이에 맞서 비슷한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겼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 각서를 통해 연방정부 조달 계약에서 캐나다산 제품을 제한하도록 지시하며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백악관은 캐나다 정부가 '바이 캐나디안' 정책을 통해 미국 기업들의 캐나다 정부 조달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캐나다 정부는 미국에 편중된 무역 구조에서 벗어나 EU를 비롯한 다른 지역과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사진=로이터/연합)
카니 총리는 이날 연설을 마친 뒤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의회와 관련 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우리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동맹의 최종 구조에 대해 캐나다 의회에서 표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럽과의 동맹은 긍정적인 과정"이라며 “이것이 미국 대통령에 대한 나의 답변"이라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또 “캐나다 국민은 어느 누구도 우리가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말할 수 없고, 우리의 문화를 지시할 수 없으며, 우리가 국제적으로 누구와 협정을 맺을지도 결정할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했다.
CNBC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캐나다에 EU 준회원국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은 캐나다와 EU 관계가 크게 강화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실제로 EU는 그동안 다양한 형태의 유연한 회원국 지위를 만드는 방안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올해 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EU 준회원국 지위를 검토할 것을 요구했을 당시에도 EU 내부에서는 신중한 반응이 나왔다.
다만 캐나다와 EU 모두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어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적대적인 관세 정책이 오히려 양측의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카니 총리는 EU와 캐나다의 관계 강화가 양측의 공동 회복력을 높이는 동시에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도 하나의 '등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역시 전날 “우리는 EU·캐나다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을 넘어 미래를 위한 동맹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공동 번영과 경제안보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EU와 캐나다가 “세상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인공지능(AI), 기후변화, 지정학, 북극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EU와 캐나다는 이미 2017년 잠정 발효된 CETA를 통해 양측 간 전체 관세 품목의 99%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