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흔들리는 아이들…정신건강 악화에 뇌 발달 지연까지 [기후 리포트]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19 11:01

기온 오르면 어린이 정신건강 위험 상승
임신 중 고온 노출 신경발달 지연 위험
“임신부와 영유아 우선적으로 보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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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고온에 노출될 경우 정신건강이 악화될 수 있고, 태아 때 고온에 노출될 경우 뇌의 발달 과정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미지=챗GPT 생성]


기후변화로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어린이들이 고온에 노출될 경우 정신건강뿐 아니라 뇌의 발달 과정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두 가지 연구 결과가 주목을 끌고 있다.


하나는 폭염과 어린이·청소년의 정신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세계적으로 종합한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임신기와 영유아기의 고온 노출이 취학 전 아동의 신경발달 지연과 관련된다는 대규모 중국 연구다.



◇기온 1℃ 오르면 정신건강 위험 0.9% 증가



정신건강과 관련된 연구는 호주 플린더스대학교 등의 연구진이 최근 '국제 역학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0~2024년 국제적으로 발표된 연구 2만3045건을 검토해 최종 23개 연구, 약 2600만 명​의 자료를 종합했다. 연구 대상에는 미국과 캐나다, 중국, 베트남, 터키, 호주, 핀란드 등의 자료가 포함됐다. 미국 연구가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3건이었다.



분석 결과, 일평균 기온이 1℃ 상승할 때 어린이·청소년의 정신건강 관련 위험이 0.9% 증가했다. 특히 5~18세는 1.5~1.6% 증가해 가장 취약한 연령대로 나타났다.


폭염 시기만 따로 분석했을 때 전체 연령에서는 통계적으로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5~18세에서는 폭염 기간 정신건강 관련 위험이 25.3% 증가했다. 다만 폭염만 분석한 연구가 4건에 불과해 연구진은 이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논문에서 말하는 정신건강 결과는 단순히 기분이 나빠지는 정도가 아니다. 분석 대상에는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응급실 방문, 입원, 외래진료, 위기상담 전화와 정신질환 진단 등이 포함됐다. 다만 연구 수가 부족해 우울증, 불안장애, ADHD 등 개별 질환별 위험을 구체적으로 산출하지는 못했다.



◇임신 중 폭염도 아이의 뇌 발달에 영향



뇌 발달과 관련된 두 번째 연구는 중국 푸단대학교 연구진이 지난 2월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논문이다.


연구진은 중국 551개 도시에서 3~5.5세 어린이 10만1228명​을 대상으로 임신 중부터 출생 후 3세까지의 고온 노출과 신경발달을 조사했다. 연구 대상은 중국 전국에 걸쳐 있어 지역별 기후 차이도 반영했다.


아이들의 발달은 언어·의사소통, 대근육 운동, 소근육 운동, 문제 해결, 개인·사회적 능력 등 5개 영역을 평가했다. 그 결과 ​임신 중 극심한 고온에 노출된 경우 신경발달 지연 위험이 35% 높았고, 출생 후 3세까지 극심한 고온에 노출된 경우에는 53% 높았다.


특히 고온과 발달 지연의 관계는 단순히 일정하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온도에서 위험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J자형 관계를 보였다. 출생 후에는 여러 가지 폭염 정의를 적용해도 폭염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신경발달 지연 위험이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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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극심한 고온에 노출된 경우 출산한 아기의 신경발달이 지연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미지=챗GPT]


◇폭염은 어떻게 뇌와 마음을 흔드나


두 연구가 다루는 결과는 서로 다르지만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즉 두 번째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뇌가 만들어지는 시기의 취약성'이고, 첫 번째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성장한 어린이·청소년에게 나타날 수 있는 '정신건강상의 위험'​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신건강 연구에서는 고온에 따른 탈수, 피로, 짜증과 신체적 스트레스, 그리고 더운 밤의 ​수면장애 등이 정서 조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시됐다. 야외활동과 학교생활의 차질, 부모의 스트레스와 가족 갈등 역시 간접적인 경로가 될 수 있다.


뇌 발달 연구에서는 고온이 스트레스 반응을 활성화해 코르티솔을 증가시키고, 뇌의 염증과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특히 태아기부터 영유아기는 뇌가 빠르게 구조적·기능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여서 환경적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폭염 대책도 '열사병 예방'에서 '뇌와 마음 보호'로


이번 두 연구가 폭염이 특정 정신질환이나 신경발달 장애를 직접적으로 일으킨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첫 번째 연구는 관찰된 연관성을 종합한 메타분석이고, 두 번째 연구 역시 고온 노출과 신경발달 지연의 관계를 분석한 관찰연구다. 따라서 인과관계를 확정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들 연구는 폭염 대응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임신부와 영유아는 폭염으로부터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가정과 보육시설의 냉방·환기, 충분한 수분 공급, 야외활동 조절 등 기본적인 열 노출 저감 대책이 중요하다. 학교 역시 폭염 기간 실내 온도를 관리하고 수업·체육활동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폭염이 장기화될 때 어린이의 수면장애, 과도한 피로, 불안·짜증, 행동 변화 등을 조기에 살피고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 지원으로 연결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정신건강 연구진 역시 기후적응 정책에 어린이 정신건강을 포함하고 고위험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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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기후에너지부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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